Page 6 - 전시가이드 2024 이달의 작가 최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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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무의(毋意)                                          대교약졸(大巧若拙)




       면, 즉, 意境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계로 전환되어 새로운 생명을 낳게 되고, 사회적, 국가적으로 원수였던
       精神은 의지나 마음을 의미하지만 힘, 에너지를 의미하는 精氣와 그로부         관계가 동료로 전환되어 함께 새로운 역사를 이룰 수도 있으며, 예술에서
       터 나오는 神氣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신체적 건강여부를 精이라고 한      는 무한한 창작 가능성을 지니게 됨을 의미한다.
       다면, 마음의 건강상태를 느낄 수 있는 것이 神으로, 서예는 신체와 정신
       이 건강해야 온전한 아름다움을 발현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서예가의 일         나의 작품은 예술과 철학, 서예와 전각, 선과 색 등을 융합한 것
       상은 미적 체험 외에도 건강한 신체와 입체적 사유를 유지하기 위한 노         이번 나의 전시는 한국인의 정서에 근간이 되는 동양의 미학사상을 칼
       력이 수반되는데, 이른바 실천과 사유를 끊임없이 겸수해야하는 것이다.         과 붓, 선과 색의 조화를 통해 표현했다는 의미로 ‘고산 최은철의 융화전’
       입체적 사유란 자기중심의 편견을 버림으로써 대상과 하나가 될 수 있          이라 자칭하였다. 아울러 철학과 예술이 융합되고, 東西古今이 융합되어
       는 마음으로, 그 始原을 도가는 無, 유가는 仁, 불가는 空을 들어 설명하      야 할 것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작업과정에서 기초 작업으로 바닥 색을
       기도 하는데,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과 실        칠하고 나서 글감을 새기고, 하나의 글감에 또 하나의 글감을 더하게 됨
       천을 요구하는 것으로, 인간이 갖추어야야 할 德性인바, 노자는 “玄德”이       에 따라 또 다른 색을 덧칠하고,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한 混沌의 분위기
       라고도 하였다.                                       를 구현하기 위해 칠하고 덧칠하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이 없다. 나
                                                      는 이러한 과정 또한 나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덧칠하고 비비고,
       우주마음을 닮은 ‘현덕’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지우고, 새겨 넣기를 반복하는 동안 나를 성숙시키는 수행으로 삼고 즐
       혈기만 왕성했던 젊은 시절 나는 못마땅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사고를         겁게 임하였다.
       저지른 적이 가끔 있었는데, 노자를 탐구하면서 나의 정곡을 찌른 명제
       중 하나가 바로 ‘현덕’이었고, 무지했던 내가 옛날과 조금은 다른 존재로       무더웠던 여름을 순간으로 보내고 한 해의 끝자락에 産苦의 작품 앞에 선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나의 心地를 뿌리째 바꾸어준 말이기도 하다. 돌아보        나는 庖丁이 소를 잡고 나서 옷을 터는 기분이랄까? 사실 포정의 道는 나
       니 세상에는 젊은 시절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가득한 것 같다. 세상이 좀       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여하튼 부족함이 많은 나를 재확인할 수
       더 아름답게 발전하기 위해서 그들에게도 ‘현덕’의 공명이 울리면 좋겠다.       있었으니, 한 계단 올라선 기분임에는 틀림없다.
       우리가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이처럼 대립자로 인식되었던 것이 상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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