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광호 컬렉션 2023. 2. 3 – 3. 24 수피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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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비존재 그리고 공간성








                         ‘김광호 collection展’은 전시명(展示名)처럼 사군자 시리즈, 반영(反影)시리즈, 집 시리즈 외 다양한 소재와
                         기법이 재현된 작품들을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김광호의 작업은 평면적인 조각으로 전통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는 탈장르와 탈정형화를 실현한 현대
                         조각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회화와 조각을 평면과 입체로 나뉘었던 정형의 경계를 넘어 현현된 평면
                         조각은 회화의 고유 성질마저 담아내고 있다. 또한 상충하는 소재인 자연석과 차가운 금속의 결합 역시 정형

                         성을 부정하는 작가의 실험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사군자 소재로 제작된 작품들은 벽면에 걸었든, 바닥 공간에 설치되었든 작품과 연계되어 생성된 그림자는

                         작품완성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림자로 인하여 평면성을 띤 조각이 무한의 관념적인
                         공간성까지 부여받음으로써 동양회화의 비존재, 여백이 선사하던 정신성까지 내재하여 감상자의 시선을 머
                         물게 한다.


                         반영(反影)시리즈 작품은 평면조각과 계산된 거리를 두고 설치된 거울을 통해, 회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이면(裏面)을 비추어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조각의 입체성을 다소간 환원시키는 동시에 보는 이

                         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 임무를 수행한다.

                         그 외 집 시리즈나 닭, 꽃 소재인 조각들은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리움과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작

                         은 규모의 집들이 수직 방향으로 층층이 배치된 구조는 고층 건물에 둘러싸인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옹기
                         종기 모여 살던 정겨운 고향과 아침마다 울부짖던 닭들, 뒷산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물결을 연상시켜 따뜻
                         한 온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사군자 조각은 과거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마치 일필로 그린 것처럼 기운과 정
                         신성을 담아내고, 반영을 활용한 조각은 존재에 대한 통렬한 인문학적 질문인 동시에 삶에 대한 성찰을 끌어
                         내고, 평범한 일상의 삶을 동경하는 소재의 작품들은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품에서 전

                         해지는 울림은 예술과 존재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로 이루어낸 작가 소산물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수피아미술관  기획실장 방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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