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조영남 초대전 8. 7 – 8. 2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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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노인과 에펠탑  90x6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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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투짝 같은 인생”




 미술 전시 때마다 타이틀 정하는 일에 고심을 하게 된다. 사실 실제 전시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도
 그렇다. 이것저것 살펴보니 마침 나의 제1회 미술 전시회가 안국동 소재 한국화랑(없어졌음)에서 펼
 쳐진 게 1973년 내가 미국 가던 해였다. 그러니까 50년 전이다. 그래서 생긴 타이틀이 ‘조영남 미술
 화업 50년 기념’이 된 거다.


 잠깐 돌아보니 그때는 중세(?) 시절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그때는 DDR 딴따라가 무슨 그
 림이냐 하던 때였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획능력이 전혀 없다. 모든 건 믿거나 말거나 당시 서울
 미대 회화과 2학년 생이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랠 부른 내 친구였던 김민기의 머리에서 이루어진 거
 다. 군에서 제대 말년에 이르러 그려놓은 그림이 너무 많아진 거다. 나는 군에 있으면서 짬만 나면 윤
 여정(지금은 세계적인 스타에 오른)네 미아리 마룻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려대고 미대생이던 김민
 기는 내 옆에서 온종일 통기타를 쳐대고 그러니까 음대생은 그림을 그리고 미대생은 음악을 하고 그
 러다가 이 그림들을 어쩔까 했는데 김민기가 “전시를 하는 거지 뭐” 했고 나는 “가수 그림을 전시한다
 고?” 하다가 내 그림 두 점가량을 당시 서울미대 교수였던 윤명로 화백과 김차섭 화백에게 보여주고
 두 분 중 한 분으로부터 “넌 노래 안 했으면 화가가 됐겠다”하는 격려를 받고 김민기가 전시를 기획했
 고 추천서를 누가 써줄까 하다 써줄 사람이 없는 걸 알고 김민기가 “할 수 없이 그럼 내가 써야지”하
 며 그 당시 추천서를 써줬다.


 50주년 전시회를 열면서 한 가지 잘 된 건 믿거나 말거나 내 친구 김민기가 천재였다는 걸 맨 처음
 알리는 기회가 된 것을 나는 무지 기쁘게 생각한다. 8월쯤이면 내 이름으로 된 책 ‘쇼펜하우어의 콩
 나와라 팥 나와라' 나올지도 모른다. 거기에서 내가 김민기는 내가 본 유일한 천재라는 걸 못 박았다.
 그의 노랫말이 그렇고 학전 운영 스타일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가 쓴 글 ‘조영남의 그림을 보고’라는
 제목으로 된 책 추천서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쇼펜하우어, 니체, 키르케고르 등 20 중반에 이름을 떨  극동에서 온 꽃  111x160cm  Acrylic on canvas  2021
 친 것 못지않게 우리의 김민기는 20대 초반이 그런 엄청난 업적을 들어낸 것이다.


 이번 전시는 천재 김민기와 한때를 보냈던 늙은 형이 뒤늦게 펼치는 그림 전시회다.

 P.s. 이번 추천서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가 직접 쓴 것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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