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홍익75展 2022.6.21-7.24 아트스페이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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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인  사  말















                    스스로에 만족하는 삶을 위하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75학번 동기들이 정든 학교를 떠나 각자 사회에 진출한지도 어언 40년이 넘었다. 입학을 기준으로 보면
                    근 5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같은 미술계라는 구심점이 있다보니 대부분은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얼굴을 마주한다는 점이 좋았다.특히 미술 분야는 전시의 특성상 뒷풀이라는 것이 있어서 옛날에는 왁자
                    지껄 떠들고 먹고 마시며 회포를 풀 수 있어서 좋았더랬다. 그런 미풍양속이 예기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속되지 못하니
                    매우 안타까왔다. 그런데 다행히 요즘은 완화가 돼 모임이 허용되었으니 올해는 모처럼만에 갖는 활기찬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


                    동기동창이란 좋은 것이다. 특히 예술에 종사하는 75학번 동기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여타의 사회 집단과는 달리 예술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고 또한 정년이 없이 평생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돌이켜보니
                    70년대 중후반을 와우산 자락에서 보낸 학창생활이 뿌연 안개속을 걷는 것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같은 날 다같이 교정을 떠났
                    지만 누구는 청운의 뜻을 품고 유학을 떠나고 누구는 교직을 맡아 인재양성의 뜻을 품고 누구는 더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
                    원 진학을 했다.


                    머리에 서리가 허옇게 앉아 인생 칠십을 바라보는 지금 친구들의 얼굴을 바라볼 때, 그 험한 세파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수가 사
                    라지지 않고 있으니 이 또한 예술의 은덕이 아니겠는가.

                    예술은 깊고 넓어 완성을 이루기에는 무한 열정이 필요하고 또 그에 합당한 창의력이 요구된다. 하여 목표를 너무 높이 잡으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니 그냥 즐김만 같지 못하다. 다행히 우리 75학번 동기들은 지혜롭고 현명한 처사들이 많아 예술을 경쟁
                    으로 삼지않고 인격도야의 방편으로 삼으니 이것이 바로 오늘까지 [75전]을 존속시킨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한 팔십 여 명의 동기들이 교문을 나섰는데 그 중에 서너 명의 이론가가 나왔다. 생각하기에는 이론가들이 창작자들의 용기를
                    북돋아주고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여 길을 터주어야 마땅한 일이나 알량한 선비 기질이 있어 팔이 안으로 굽는데 주저한다. 또
                    한 창작의 길을 가는 동기들이 대다수이니 처신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만 성원믈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마음씨 넓은 친구들이 깊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그럼 다같이 초하의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심호흡을 한 후에 행복한 노년의 삶을 즐기시기를. 꽃다운 청년의 삶을 위하여!




                                                                                               윤 진 섭(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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