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김인자 개인전 10. 12 – 10. 18 아트프라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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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기억을 찾아...
회갑 선물로 받은 똑딱이 카메라로 집 정원의 꽃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 예체능은 ‘미’에
가까울 정도로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사진기는 아주 멋진 볼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몇 년 후 사진 모임인 “소양호” 회원들과 사진 활동을 시작하며 고 박광욱 회장님의 열정으로 초청 강사의 강의를 듣고 더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느 해 3월에는 삼악산을 13번이나 오르며 야생화 촬영에 빠졌다.
2000년 후반부터는 오지여행사 이정식님과 세계 오지를 다니며 세계 문명의 흔적을 담고 자연환경에 매료되기도 했다. 특히 관심
을 가졌던 염전은 국가마다 달랐다.
2011년에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사진클럽 사색회가 결성되면서 박광린 선생님 지도하에 새로운 장르의 사진 세계를 경험하며 이듬
해 창립전에 참여하였다. 정기 회원전이 열릴 때마다 내 작품이 타인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놀라게 했다. 남의 이
야기 같고 재주 있는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인 줄만 알았던 내가 어떻게 전시장에 작품을 걸을 수 있을까 문득 놀랄 때도 있었다. 해
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촬영하면서 내 사진에도 변화가 오고 있음을 느꼈다.
2014년 염전에서 우주를 보았다. 너무 감격스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금방 사라질 것 같아 가슴 조이며 우주를 담아냈다.
서해안의 염전장소 목록을 작성해 놓고 해마다 찾아다니며 담고 또 담았다. 같은 장소 같은 시기인데도 언제나 똑같은 것은 없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를 웃고 울게 했다. 찾아갈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는 염전은 내게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했
다. 세월 따라 염전도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어느 날 찾아갔던 염전에 풍력발전기가 여기저기 세워진 것을 보고 눈물이 났다. 내가
꿈꾸고 그 꿈을 이루게 하던 곳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 슬펐다.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듯이 염전도 예외가 아니란 것을 실감하며
돌아오곤 했다.
나는 다양한 국내와 외국의 염전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모습과 흔적을 조금의 추상적 느낌을 가미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폴란드,
볼리비아, 페루, 서호주,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의 염전을 찾아다녔다. 그중 폴란드 소금광산의 채취과정에서 생긴 연장
의 흔적은 당시 작업환경이 상상되어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염전의 색깔과 형태는 주변환경과 계절에 따라 달랐다. 소금물이 흐
른 경로와 건조과정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촬영하였다.
내 인생의 후반기에 항상 관심거리를 만들어 주었고 정신적 안정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 사진이란 분야에 감사한다. 코로나가 유행
하던 시기에도 사진이 있어 행복했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 나를 외롭지 않게 했다. 사진은 가장 사랑하는 나의 친구이다.
저 혼자 빛나는 것은 없습니다.
곡식도 햇빛과 물, 바람과 땀의 정성으로 익어갑니다. 저도 가족의 응원과 사색회 박광린 지도 선생님, 그리고 사색회원님들의 응원
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춘천지역 작가님들의 고운 시선과 격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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