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조현동 초대전 2025. 4. 16 – 4. 26 장은선갤러리
P. 3
표지 : 자연-경계 72.7x60.6cm
천에 아크릴과슈, 동박, 자개 2022
선 〈자연-순환-이야기〉 그리고 〈공감-채집〉의 요소를 집대성하면서도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시리즈다. 표
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도형 형태를 한 기하학적 요소의 등장이다. 투명한 듯 보이는 다각형은 작가의
초현실 공간 속에 또 다른 가상공간을 설정한다. 선이 만나 면을 만들고, 면이 모여 공간을 만드는 것은 조형
원리의 기본이다. 하지만 조현동의 작업에서는 면이 조합돼 완성된 다면체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각각의 면들이 보유한 세계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면 위에는 꽃이 피어나고 사라진다. 또 어떤 면은
동그란 자개들이 경계선에서 연속성을 잃고 끊어진다. 최근 작업에서는 격자무늬로 표현되거나 수묵화의
풍경이 면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했다. 각 면은 도형을 이루기 위한 파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각각 다른
세계의 일면들인 것이다. 또한 차원을 넘나드는 경계로 기능한다. 다면체뿐만 아니다. 배경에 무늬처럼 존재
하는 원색의 원에도 새와 나비가 드나든다. 마치 차원 이동이 가능한 웜홀(Wormhole) 같다. 이로써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캔버스 화면 안에 가두기보다 원과 사각의 면을 통해 외부로 확장시킨다. 다면체는 단지 조형
요소의 추가가 아닌 미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의 확장이자 조형적 확장의 시도다.
조현동은 ‘조화(調和)’의 작가일 뿐만 아니라 ‘조화(造化)’를 만드는 작가다. 후자인 조화(造化)의 사전적 의
미는 ‘만물을 창조하고 기르는 대자연의 이치’다. 작가는 초기 작품에서부터 꽃과 생명을 중심으로 자연속의
다양한 이야기, 우리의 삶과 시간 속에 담긴 의미들을 조화(調和)시켜 왔다. 그리고 오랜 시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삶의 이치, 우주 만물의 질서를 읽었다. 그 질서 안에서의 미의식을 탐구하고 차원을 확장하여 자신만
의 세계를 창조하였다. 결국 조현동의 작업에서 모든 창조물은 미(美)를 위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
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자연과 조화(調和)하고, 회화적 세계를 조화(造化)하는 작가인 것이다.
- 최재혁 / 전시기획자
자연-경계
33.4x24.2cm
천에 아크릴과슈, 자개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