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4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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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무악 65x55cm 순지에 수묵담채 2024
2024. 8. 30 – 9. 11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3)
산로山路-서울순성 로 만족할 정도가 되었는데, 자신의 작업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그려야 할지
진희란 초대전 그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다. 고전을 공부하며 작업하는 작가들 사이에 공통
되는 고민일 것이다.
일화가 있다. 공원에서 소나무를 그리고 있었던 어느 날, 눈은 소나무와 종이
글 : 진희란 작가노트
에 있고 귀는 주변에 오가던 사람들의 말과 바람 소리에 있었다. 눈은 점점 초
점이 몰리며 소나무가 흐릿해졌다. 그 가운데 집중하며 수 시간이 지나 소나
산로는 산길을 따라 오르며 본 풍경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노트를 들고 무는 완성되었지만, 기억에 남은 건 수다스러운 목소리들과 찬바람뿐이었다.
산에 올라 길 마디마다 멈춰서 사생을 했고, 그 길을 모아 산을 그렸다. 산은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소나무 그림이 나왔다.
그대로겠지만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더 넓게 퍼지고 그려지는 산의 모 이 경험은 산수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산을 보이는 그
습도 바뀌었다. 산수화는 관념의 분야니 이런 추상이 당연한 걸까. 하지만 작 대로, 준법에 잡혀 그리는 것이 아닌 내가 산행에서 오감으로 느낀 경험을 산
업은 작가의 시각에 따라 창작되며 얼마나 더 멀리, 넓게 보느냐에 따라 가 의 모습을 빌려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그려온 사생 노트를 다시 넘겨보
치와 깊이가 변한다. 산수화를 택한 것도 내가 평상시 생각했던 자연의 모습 았다. 이동하느라 거친 선과 뭉개진 자국, 산을 보자마자 눈에 띈 바위를 크게
과 너무 달랐던 시각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 욕구 때문이었다. 이후 국내의 여 그리고 방금 막 오른 경사진 언덕의 표현, 순간의 장면과 생각을 글로 기록,
러 산을 사생하고 고전을 공부하면서 산수의 시각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사생에서 나온 이러한 필(筆)이 내가 산에서 보고 느낀 감정 그대로가 아닐까.
납득되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고민이 더 깊어졌다. 탐구의 단계는 이제 스스 다시 사생부터 되돌아보며 산수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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