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공병 초대전 2024. 6. 5 – 6. 21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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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 시작과 끝, 모임과 흩어짐, 소멸과 생성
내 작업의 모티브이며 화두이다.
물은 조용히 낮은 데로 흐르고 돌면서 많은 걸 변화시키고 있듯이 나는 들숨 날숨의 순간들
을 연결시키며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흔적의 겹침이 나의 작업이다.
사후 세상에 영혼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좀 더 아름답고 맑은 영혼의 형상들과 미지의 세계
를 표현하고 있다.
우주 자연 속에 인간의 형태로 존재하면서 많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죽
음이라는 끝을 맞이해야 한다.
그 끝이라는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고 있다.
투명아크릴!
티끌까지도 속살까지도 드러내 보인다.
이곳에 나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
깎고. 파고. 찍고. 긁고. 깨뜨리고. 붓고. 칠하고
조각과 그림의 모든 기법들을 혼재시키고 응용표현 하면서 나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 한 가지도 쉽게 허락해주지 않고 있는 아크릴 습성과 재질과의 싸움을 6년째 하고 있다.
산 넘어 산을 넘고 평지이다 싶으면 절벽 같은 고갯길...
쉬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 유혹이 아름답게 손짓한다.
어차피 나의 능력으론 끝을 표현하고 보지 못할 길이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어떤 행위로든 꿈들 거리고 있어야만 시간과 함께할 수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죽음 이외에 현실에서는 멈춤이라는 것이 없다고 본다.
세월은 흐름이며
사는 것은 흐름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나는 여전히 끝이 안 보이는 도전을 할 것이고
이 흐름과 함께해서 아름답게 흔적을 남기며
영혼이라는 유토피아에 승선하고 싶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