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김길환 친구들과 추억만들기
P. 154
친구를 보내면서
어느 누군들 그 길을 외면하거나 돌아갈 수 있겠는가. 피할 수 있다면 피해보고 싶고 안 갈 길이 있다면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모든 인간
들의 소망 일진대---
비보를 접하고 나서 귀를 의심도 하고 묻고 또 묻기를 몇 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 꿈속에서 듣는 말이라면
깨어나면 되지만 이것이 무슨 해괴망측한 말이란 말이야. 4개월 전 우리 집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한다며 기뻐하고 웃던 모습이 엊그
제 같은데 사망 소식이라니 웬 말인가.
병상에 있으면서 한 번쯤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찾아가 보았을 것이고, 생전에 만나 위로의 말은 못 해도 얼굴이라도 보고 마음만이라도 나
눴으면 이처럼 서운하지는 않았겠지.
어제 제수씨와 통화하면서 허리 디스크를 재수술하여 병원 몇 군데 다녔고 치료 중이라고 해서 대수롭지 않은 줄만 알았더니 이게 웬 말인
가. 혼자 고통을 감내하면서 아파하고 외롭고 슬프고 두려워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자기가 수척해가는 모습과 병
든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어 형제 이외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여 가족 이외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가까이 살고 있고, 사촌
이고, 친구이면 무엇을 하겠는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이웃사촌만도 못한 것을....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生老病死를 누구도 피할 수는 없지만,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 것이 자연이 정한 이치이지만 그대는 너무나 빨
리 간 것 아닌가. 애들 키워 놓고 시집 장가보내 놓고서 여행이나 다니면서 전원주택에서 한평생 알콩달콩 살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
자고 하더니 혼자 훌쩍 떠나 버리면 어떡하란 말인가.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없는 나라 그곳이 진정 그리웠는가?
친구여!
지난 60여 년의 세월이 주마등과 같이 스쳐가는구나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나란히 다니면서 등치 큰 놈이 덤비면 둘이 힘을 합쳐 대들기 때
문에 3학년까지는 넘보는 녀석이 없었지. 소꿉장난하고 사방치기하며 겨울이면 냇가에서 썰매 타고 물에 빠지면 불 피워 놓고 나일론 양말
태워먹고 부모님에게 혼나던 생각이며 물고기 잡고 딱지 치고 팽이 돌리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옛날 말이 되었구려.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