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봄은
찾아 떠나도
만날 수 없고
힘들여
만든다고
만들 수 없는
기다리는 자에게
말없이 다가오는
계산되지 않은 축복입니다.
얼음장 밑에서
메마른 껍질 속에서
시린 겨울 끝 밤 한 가운데서
남아있는 자에게
따뜻한 보리차 향기처럼
생명의 실타래를 풀어 주고 봄은
찾아 떠나도
겨울이 만날 수 없고
밟고 간 대지에
삯 없이 부어주는 생기입니다. 힘들여
만든다고
만들 수 없고
남아 있는 자에게
값없이 찾아오는
바램 없는 선물입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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