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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김필곤(열린교회 담임 목사, 기독시인)



               오랜 세월 보아도
               눈은 하늘로 오르지 않고
               여전히 땅으로 내려


               잿빛 세상을
               밤낮 낯가림 없이
               소리 없이 하얗게 덮습니다.

               내리다 바람 잠들면
               가지에 눈꽃으로
               수북이 쌓이고


               잠든 바람
               깨어나지 않으면
               쌓인 아름다움의 무게로 가지를
               꺾습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 보아도
                                            많이 내려도
               눈은 정직하게
                                            교만 떨지 않고
               여름이 아닌 겨울에
                                            시간을 품고
               무게로 느끼지 않는
                                            때가 되면
               땅에 내려 차별하지 않고
                                            제 색깔 다 돌려줍니다.
               모든 대지를 하얗게 색칠합니다.
                                            오랜 세월 보아도
                                            사람처럼 쉽게 변덕부리지 않고
                                            눈은 겨울에 땅으로 내려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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