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지정연 개인전 2023. 2. 8 - 2. 14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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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우 : 카피라이터
그 기쁨을 햇살 아래 내다건다 그 배추흰나비의 날개 빛에서 본 그리움을
추억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광목 이불호청처럼 빨아도 빨아도 하얘지지 않는 그 날개 빛이 지정연 작가는 현란한 물감을 짜서 캔버스에 풀어 놓기보다는
정녕 흰색이더냐? 따듯함을 품은 한지와 손을 잡고 간다.
어머니 앞치마자락에 비친 고단함이 빨아도 하얘지지 않는 배추흰나비의 날개 빛과
배추흰나비 날개 위에 언뜻언뜻 비치던 그 봄날, 가녀린 날개를 품은 그 질감에 위안을 느끼며
한낮의 혼곤한 피곤함이 꿈인 듯 몽롱하여 엄마의 치맛자락을 말아 쥐듯
힘없이 펄럭이는 그 날개 짓을 겨우 바라보다! 손으로 한지를 말아 쥐어 캔버스로 옮긴다.
보릿고개 설움을 베는 어머니의 야윈 낯빛을 닮은 불혹의 나이를 훌쩍 지나와서야
배추흰나비의 힘겨운 날갯짓은 본격적인 유혹의 시대를 시작한 그녀에게
철철 흐르는 눈물인데.. 한지는 담담하고 따듯하게 다가와 품에 안겼다.
눈물 젖은 뿌연 벌판위로 기차가 또 지나간다. 남들이 종이의 평면을 사용할 때
그녀는 종이를 말아 캔버스 위에 세운다.
엄마! 동그랗게 익어 가는 그림의 이야기는
가을빛 한나절에 단맛이 드는 사과처럼
눈 감으면 캔버스 가득히 배추흰나비가 날아오르고 궂이 베어 물지 않아도 달콤하다!
캔버스는 곧 날개로 가득 채워 진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움켜쥐듯 한지를 말아 쥐고
작가 지정연은 시골 과수원집 딸이다 캔버스 위를 걸어가는 이 순간들이
그녀는 참 기쁘다! 고 말한다.
뒤늦게 그림을 하고 싶었던 건 오늘도 그녀는 그 기쁨을 햇살 아래 내다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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