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송재윤 초대전 7. 3 – 7. 16 갤러리쌈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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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관한 산수 (Landscape about relationship)



           사람은 살아가며 완전한 혼자는 없다.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가족이라는 관계를 맺게 되고, 이후 삶을 살아가며 좋
           거나, 나쁘거나, 혹은 의미가 되어주는 관계를 만나기도 하고, 결혼, 출산 등을 통해 새로운 가족의 관계를 맺게 되
           는 등 우연적이던 필연적이던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게 된다.

           최근 얼마동안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일들을 겪으며 ‘관계’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
           었다. 다양한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나 혼자만의 일이라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나와 누군가
           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니 그 관계들에 관한 기억들을 시각화
           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관계에 관한 山水’라는 주제로 작품을 연구하고 표현해 보는 계기가 되었
           던 것 같다.
           모든 인간관계는 자연스레 지속되기도 하지만 노력이 있어야 그 관계가 더욱 단단해지고 돈독해진다. '관계에 대
           한 山水'는 관계를 단단하고 돈독하게 만드는 그 필연적인 노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산수화를 통해 풀어내 보
           려 한 작품이다.
           ‘관계를 쌓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누군가와 만남이 있고, 함께한 만남의 시간이 쌓여 관계가 맺어지고, 이러한 과
           정이 반복되어 관계가 쌓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반복되어 쌓이는 것이다. 쌓여진
           관계를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데에 가장 중점을 둔 기법은 ‘중첩’이다. 드리핑(dripping) 기법을 통해 천위에 재료
           들을 뿌리고 건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관계’ 자체를 표현한다.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론 움직이지 않는 산과같이 신뢰를 주어야 하고, 늘 둘 이상의 다수가 함께
           하는 관계라는 특성상, 때론 대립, 다툼, 분쟁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맞서지 않고 자연스레 흐르는 물과 같이
           지혜롭게 문제를 헤쳐 나가야 서로 소통하며 관계를 좋게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신뢰나 지혜 등의 요소들은 추상적인 점, 선, 면의 형태를 이용해 산과 물로 표현이 된다. 山水지만 실재하는 풍경
           이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구상적인 형태의 풍경으로 표현하기보다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게끔 많이
           비워두고 단순화하여 추상적으로 山水를 표현하였다.

           작품 속엔 모두 사슴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관계를 함께 맺어가는 관계자들을 의미한다. 十長生圖에 장생물로 등
           장하는 사슴을 모티브로 하여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관계자들을 사슴으로 표현하
           였고, 작가는 사슴 속에 가족을 대입하여 표현해 냈다.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장
           소중한 관계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중첩된 배경’ ‘추상적인 山水’ ‘사슴’이 한 화면
           에 어우러져 ‘관계에 관한 山水’가 완성된다.

           관계를 주제로 작품을 하면서, 작품을 그리기 전보다 가족들, 그리고 내 주위에 나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과의 관
           계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때로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쌓여만 가서 조금은 힘들기도 했던 관계
           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작가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의지가 되는 관계인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내
           용으로 ‘관계에 관한 山水’라는 작업을 시작하며, 쌓여가고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서 생기는 많은 이야기들을 항
           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산과 같이, 때로는 맞서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물과 같이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
           를 배워 나가게 된 듯하다. ‘관계에 관한 山水’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곁에 있는 소중한 각자의 관계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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