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이창기전 2024. 2. 11 – 2. 15 제주특별자치도 문에회관 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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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축하하며
양 상 철 (융합서예술가)
갑진년 첫머리에 여는 서여 이창기전을 축하한다. 새싹 돋는 입춘절에 먹향을 음미하는 일이란 실로 즐겁고도 고마운 일이
다. 전시란 오랜 훈련을 겪은 후 경기에 나가는 것과 같이 작가로서 필요한 과정이며 궁극적인 도전이다. 도전하는 사람은 늘
아름답다. 서여가 나와 함께 한지도 10수년이 훨씬 넘었다. 배움이란 자신이 찾는 일이지 억지로 만들어지는 일이 아니다. 전
시 도록 머리에 얹히는 말이라고 해서 애써 작품 평을 핑계로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서여의 두 번째 개인전에 부쳐 서
예 작가로서 공감해야 할 몇 가지를 두서없이 꺼내어 이를 대신하고자 한다.
예술은 그 역사를 관통하는 전통의 힘에 의해 전개되고 유지된다. 고전이라고 해서 낡은 것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미래의
정답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과정에서 되새겨야 할 것은 “내가 쓰는 글씨는 나의 것인가, 아니면
옛 사람의 것인가?” ‘모방인가 창신인가’의 문제를 줄곧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技能)과 시간(時間)의 공력만으로 정리되지 못하는 새로운 심미세계(審美世界)를 열기 위해, 자아의 내면적 특성이 드
러나는 새로움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대예술(時代藝術)의 특성으로 보이는 이러한 새로운 심미는, 창작 주체자의 인
격적 개성이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되었을 때, 비로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술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창조를 위해 끊임없이 변해간다. 예술의 이러한 모험적인 특성은 사고가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흥취 있는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을 공통적인 본질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항시 유동 시켜왔다. 현대미술의 이러한 흐름은 서
예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보다 오늘 더 잘 쓰고, 오늘 보다 내일 더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제의 글씨가 오늘 더 아
름다워졌다고 해서 결코 변화된 것이 아니다. “변화의 생리는 새로움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쓰는 게 목표가 아니라, 새
로워지는 게 목표’여야 한다.
예술에 종착점은 없다. ‘예술의 완성(完成)은 영혼(靈魂)의 소멸과 궤를 같이 한다.’ 그래서 예술은 미완이며, 완성의 끝도 없
는 것이다. 미완이 다시 미완으로 이어지고, 쉼 없이 시대의 새로움을 구하는 과정인 것이다. 현명한자는 미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에 겸손하고 시간을 기다리며 결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무외(無畏), 얼마나 담대한 말인가?
두려움을 극복해야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현대성을 구하는 서예의 미래이며, 서여의 서예세상을 여는 단초
(端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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