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하판덕 초대전 2025. 2. 5 – 2. 20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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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 시간 “생의 가치에의 주목”하여 불변하는 가치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였
          다. 대학 졸업 해 1990년 첫 개인전 그런 물음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 나는 眞-다른 상황이란 타이틀로
          인간이 각각의 다른 상황에 놓여졌을 때 어떤 선택과 결정으로 다른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주제로
          물성을 강조한 작업을 했었고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불변하는 가치의 표상을 찾아 작업을 진행
          하다 10여 년 전부터 돌고 돌아 이제 소나무라는 사물에 귀착하여 백가지 나무 중 으뜸이라는 백목지
          장을 그린다.


          수없이 겹쳐 있는 소나무 껍질의 한 겹 한 겹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듯, 인간의 삶도 희로애락으로 단
          단해진다. 어떤 풍상과 역경에도 반응이 없는 소나무. 일비일희하지 않는 그 담담함이 좋다.

          화폭 전면에 작은 점들을 빽빽이 찍어 놓고 그 점을 다시 그리면서 점을 만든다. 그 작은 점들은 양자
          역학에서 나오는 6개의 퀴크와 6개의 랩톤처럼 개별입자로 존재할 수 없고 관계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삶의 가치의 극점은 “관계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소나무를 그리지만 생
          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찾는 여정의 작업이다.


          어떻게 작업할 것인가? 기존 소나무의 표현 방법과 형식과 다른 해석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 속에서
          공간에 대한 단순화와 이미지 구축에 있어 사실적인 표현에 대한 간결성은 민화의 오봉도의 차용과 곁
          가지의 버림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비어 있는 하늘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데 이는 공이 아니라 연결과 관계로 표현하며 핵심인 소나무 역
          시 물질의 최소단위 원자에서 핵으로 핵에서 양성자와 중성자, 인류가 증명한 최소단위 랩톤과 퀴크처
          럼 쌍으로 존재하며 이들은 개별입자로 존재할 수 없고 관계성을 가지고 있는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으며 하나의 움직임이 다른 하나의 움직임을 만든다는 ERP실험처럼 천천히 만들어 가보자.


          배경에 등장하는 산 역시 기존의 원근법과 명암법을 벗어난 산이 아닌 광물로 이루어진 산의 느낌을
          찾아 들어가 보았다.


          혹자는 내 그림을 두고 ‘색감이나 조형미가 세다, 광물 같은 소나무다’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불변하
          는 가치의 표상을 찾는 나의 의지가 투사된 듯하다. 내 고향 의령에는 600년이 넘은 소나무가 있는데
          그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나를 소나무를 그리라고 명 한다.


                                                                      -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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