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전시가이드 2021년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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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s of time 20-06, 71.0x71.0㎝, Mixed media, 2020
역사물의 형상성과 상징성에서 건저올린 웅혼한 정신
글 :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화면(畫面)에 공존하는 그들 중엔 물기가 마르면서 풀어졌던 것들이 건조되
면서 무정형으로 응집된 마티에르를 드러내기도 한다. 때문에 주목해야 할 변화와 조화를 수용하는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조형미이며 동시
것은 재료물성들의 특성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훼손하지 않고 살린다 에 자연의 법칙에 빗나감이 없는 자취이기도 하다. 또한 운율을 이루는 풍화
는 점이다. 와 평면에서 무한대인 곡률(曲率)처럼 영원성을 품는 입체 비구상(非具象) 한
여기에 화백은 먹과 붓의 운용을 비롯한 그만의 여러 도구와 방식으로 비석 국화의 정수(精髓)라 해도 무방하다. 그가 40여 년 동안 줄곧 찾아내고 구현
이나 비문 등 다양한 역사물과 실재하지 않는 의상세계(意想世界)를 펼친다. 하고자 외길로 탐색해 온 궁극의 본질은 무엇인가. 비문의 흐릿한 문장, 비석
화면은 물, 바람, 공기와 긴장과 이완이 녹아든 유기체적 입체추상회화의 결정 의 나뭇잎, 꽃잎 하나에도 ‘내’ 마음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수용하는 초월적
체로 탄생한다. 물성을 일순간 하나로 모으는 혼(魂)이 함께 만나 탄생된 그것 공간으로 동시성(同時性)을 느끼게 한다. 바로 다큐멘타리(documentary)적
은 우주의 모든 사물이 시시각각 나고 죽고 하여 잠깐도 끊이지 아니하고 변 ‘History’연작에 담겨진 한국적 생명성이 그것이다.
화한다는 염념생멸(念念生滅)의 우주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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