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샘가 2023.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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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도

               가을 들판,
               곡식들이
               머리를 숙여 기도합니다.

               봄에
               하늘까지
               닿을 듯 용감했는데

               여름 지나며
               작은 바람 하나에도
               흔들리며

               열매 하나                        겨울이
               제 마음대로                       다가오는데도
               키울 수 없음을 깨닫고
                                            아직 텅 빈 쭉정이도 있고
               익은                           늦가을도
               곡식들은 모두                      모르고 떠난
               머리를 숙여 기도합니다.
                                            곡식도 있는데

                                            익은 곡식은
                                            저마다
                                            알 수 있는 언어로


                                            가을 들판
                                            한복판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머리를 숙여 감사 기도합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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