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도
가을 들판,
곡식들이
머리를 숙여 기도합니다.
봄에
하늘까지
닿을 듯 용감했는데
여름 지나며
작은 바람 하나에도
흔들리며
열매 하나 겨울이
제 마음대로 다가오는데도
키울 수 없음을 깨닫고
아직 텅 빈 쭉정이도 있고
익은 늦가을도
곡식들은 모두 모르고 떠난
머리를 숙여 기도합니다.
곡식도 있는데
익은 곡식은
저마다
알 수 있는 언어로
가을 들판
한복판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머리를 숙여 감사 기도합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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