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태은 개인전 2022. 12. 7 – 12. 13 가온갤러리
P. 2

< 기억이란 스토리 (2) >

              - 시간의 부재



              나 홀로 여행을 하다 보면, 보라색 노을과 마주 보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기억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때 그 기억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현실로 돌아옴을 느꼈을 때 그 순간 기억 속에 남은 흔적을 온몸으로 느낄 때 가 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기억 속의 사람도, 최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인 지금, 어느 순간 지나간 사람과의 만남도 가능해졌지만, 그 기계의 영악함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어찌 보면 처음보다 더 허탈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최첨단이란 기술은 기억 속에서 편리함과 순간의 황홀함과 허탈감을 반복하게 한다.


              기억의 흔적들 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가 지나가면, 최첨단 기술을 통한 여행은 더 이상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공허한 순간적 기쁨이었다는 것
              을 깨닫고 허무하게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아날로그가 주는 평범함과 투박함, 그리고 마음 깊숙이 있는 추억을 꺼내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사랑한
              다. 비록 편리함과 황홀감은 없지만 정직하게 아무 기교 없이 다가오는 그 순수함을 사랑한다.


              사진과 글을 담아내는 잡지는 최첨단 기술의 배제된, 생활에 필요한 정보나 특정 문양의 전문지식을 손쉽게 전달해주는 도구이다. 뿐만 아니라 잊고 싶은 기
              억, 다시 추억하고 싶은 기억들 모두 사진과 글이란 도구만을 이용해서, 진솔함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이 주는 진솔함을 언어와 연관시켜 가족의 추억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사진작가인 <외젠앗제>는 사라지는 것, 다시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시간성의 존재와 부재의 의미를 과거사진을 통해 더 강렬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
              고 했다.

              나는 과거에 촬영한 시어머님의 사진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그 순간순간이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의 행복함이란 연속성을 가지며,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부재가 될 수 없도록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인생의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과거 시어머님은 보라색을 유난히도 좋아하셨다. 그 마음은 보랏빛 저녁노을이었다. 사춘기 소녀와 같은 레드 보라의 따뜻한 행복함과 블루 보라의 차가운
              외로움을 동시에 갈망하는 소녀였다. 동시에 외로움과 슬픔의 양면성을 가진 따뜻하고 우아하면서 화려함을 지닌 이 보랏빛을 나 또한 좋아한다.


              사진이 뼈대라면 회화는 살이라고 한다. 눈물이 유난히도 많았던 그분과 나는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마시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눴었다. 이젠 추억이 된 그
              따스함과 정겨움을 그리워하고 선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 기억은 오늘도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시대성에 대한 책임감과 가족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핵가족화가 된 현실에 가족의 중요성이 점점 퇴색되어감을 느끼며, 힘들었지만 정겨웠던 그 시간이 다시 올까? 하는 바램으로 이 전시회를 기획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받는 것, 사랑하는 것, 희망하는 것, 떨리는 것, 사는 것이다.


                                                                                                            - 오귀스트 로댕
   1   2   3   4   5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