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강옥선 개인전 2025. 12. 26 – 12. 31 인천예술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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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전을 준비하며 -

               강 옥선










            83년 봄에,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너무 숨이 차서 걸음 걷기도 힘들어 서울대병원에 검사 받으러 갔습니다. 검사

            후 현관을 나오다가 쓰러졌습니다. 여기저기서 휠체어 가지고 오라고 소치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나는 “빨리 러시아워에
            걸리지 말고 전철을 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마치 구름 위에서 수영을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의사
            간호사들이 링거를 꽂고 응급조치를 하느라고 분주한 듯 했지만, 눈이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았고, 간호사가 “가방 좀 뒤질게요,

            연락처를 알아야 해서”라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1시간쯤 지난 후 옆 반인 5-10반 후배 선생님이 달려왔고, 그 분이 도와주어서
            마이너스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공률이 75%라고 했습니다.



            나는 25세에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돌아가셔서, 그 후 병든 어머니, 동생 다섯, 시집간 후 돌아가신 언니네 여섯 식구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 되었습니다.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며, “내가 만일 살아난다면, 음악, 미술, 글쓰기를 잘 하는 교사가 되어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라고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한달 간의 병원생활 후 퇴원했을 때,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장로였던, 수채화가 박정희 할머니(사랑의 육아일기 저자)가 심방을

            오셨습니다. 수채화가이신 박정희 장로님의 도움으로 84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학교에
            근무하며 토요일마다 그림을 그리고, 학교에서 미술 특기교사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94년 다시 우측 뇌경색이 와서, 걸음도 말도 어눌해 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림도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찬송을 연주하며,
            하나님께서 고쳐 주시고 나의 꿈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으며 실망하지 않고, 기쁘고 충실하게 지내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다가
            박정희 장로님의 큰 딸 수채화가 유명애 선생님이 춘천에서 쉼과 기도의 집인 예예동산을 운영하며, 매주 목요일 그림 그리는 예드림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모든 형편이 춘천까지 매주 목요일에 참석하기 어려웠지만, 힘든 날은 자고 가도록
            배려해 주시고, 사랑이 넘치는 크리스천 화가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하게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신 많은 이웃들, 또 병원비를 모금 해서 도와 주신 서울 영중초등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님들,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사랑을 나는 늘 가슴에 지니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삶의 유일한 개인전일 것 같지만,

            내가 용기 있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림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힘든 인생길을 걸어가는 모든 이웃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개인전이 가능하도록 용기를 주시고, 일의 절차와 진행을 세밀하게 도와 주신 유명애 선생님께 이 지면을 통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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