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신철균 초대전 2024. 2. 7 – 2. 23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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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경계-시간  지름 120cm  2022






           있는 먹의 운용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 작용하는 물의 작용                 닌 관조를 통한 대상의 내면에 접근하는 것은 본래 산수가 지닌 가장 근
           에 대해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그의 수묵은 매우 습윤하며 무한한 변화                본적인 요구이자 덕목이다. 그가 운(韻)을 지향하고, 물의 심미에 주목하
           를 내재한 풍부한 것이다. 그것은 먹의 검은 맛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고 있다는 점은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 산은 대상으로 존재하며 대립하는
           물의 흔적과 변화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이었을 것이다.                     것이 아니라 대화하며 교감하는 또 다른 상대로 인식되고 있음을 말해준
                                                                  다. 적잖은 실경 산수 작가들이 현장의 객관성에 함몰되어 산수 본연의
           그의 화면은 대체로 검고 어둡다. 수묵화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의 수묵                가치를 망실하거나 오도하고 있음을 상기 할 때 산수 자연에 대한 작가
           은 맑고 두터우며 깊이 있다. 반복적인 선염과 적묵을 통해 이루어지는                 의 관조적 시각을 통한 주관적 해석이 새삼 반갑고 귀하게 다가온다.
           수묵의 두터움은 탁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묵
           이 맑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물에 대한 그의 장악력과 이해가 반영된 결                그는 ‘산이 있어야 숲이 있고, 숲이 있어야 산이 그윽하다’라는 소회를 말
           과일 것이다. 그는 탁함을 통해 맑음을 드러내고, 어두움을 통해 밝음을                하고 있다. 다분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는 그의 작업을 관류하고 있는
           표현하는 모순되고 상충되는 가치를 수묵을 통해 표출해 내고 있는 것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자 상징적인 발언이라 여겨진다. 이는 당연히 단순
           이다.                                                    한 산수 자연에 대한 설명을 넘어 그의 삶과 그가 지향하는 예술 세계 등
                                                                  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읽혀진다. ‘산이 있어야 숲이 있다’라는 말
           사실 수묵은 매우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표현 수단이다. 그러므로 조형                  은 그가 그간 대상으로서의 산을 보고 숲을 관찰함이라 이해된다. 이제
           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의(寫意), 즉 작가의 관념과 사고를 표출하                그는 숲을 확인하고 스스로 설정한 ‘그윽한 산’으로의 여정을 앞두고 있
           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그가 실경이라는 제약과 산수라는 굴레에 얽매                 는 셈이다. 그간 그가 보여준 작가로서, 또 교육자로서의 성실함과 진지
           이지 않고 특유의 깊이와 두터움을 통해 자연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표                 함을 전제로 볼 때 그는 늘 그랬듯이 은근하고 꾸준하게 그 성과를 조심
           출해 내는 변화를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음은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육                스럽지만 분명하게 우리들 앞에 펼쳐 보일 것이다. 작가의 다음 여정을
           안에 의해 관찰되는 형상의 유혹을 초월하고, 그윽한 수묵의 세계를 통                 응원하며 그날을 기대해 본다.
           해 대자연의 본질에 육박하고자 함은 그의 작업이 어쩌면 이제 또 다른
           변화의 과정에 다다른 것이라 여겨진다. 관찰에 의한 대상의 이해가 아                                                   - 김 상 철(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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