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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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아홉, 혹은 아홉 아닌(九不像)_려(Ryeo,麗), 141×76cm 부분도, 수제한지에 줌감기법, 수묵담채, 은세공, 2021






                             2022. 4. 21 – 5. 4 아트스페이스퀄리아 (T.02-391-5458, 평창동)




         아홉, 혹은 아홉 아닌(九不像)_려(Ryeo,麗)-의미깊은 시간들           질문을 던졌다. "왜 희생해야 되는 거지요?"란 당돌하고도 철없던 젊은 날의 나의
        박소영 초대전                                         답에  그 사람은 하룻밤 내내 고민했다가 너무 모른 답이라서 오히려 안심했다지...
                                                        긴 세월 후... 마지막까지도 그 사람은 달나라 다큐를 보며 미지의 세계를 꿈꾸었고,
                                                        선대의 흔적이 담긴 몇 권의 책을 미지에의 실마리인 듯, 혹은 남겨야 할 보물인
                                                        듯,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있었다.
        글 : 박소영(麗山)작가노트
                                                        지난해  돌아가신 친정엄마께서 남기신, 작고 낡은 검정 수첩엔, 빼곡히 적히고
                                                        또 적힌, 가장 어린 아픈 손가락 자식을 위한 간절한 기도의 글... 또한 엄마의
        "아홉, 혹은 아홉 아닌(九不像)_려(Ryeo, 麗)" - '의미 깊은 시간들'의 주제는 이   친정엄마인 외할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깊숙이 지갑 속에 누렇게 빛바랜 사진으로,
        어려운 시대에 사랑하는 친지와 지인들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은 사람들에게        부스러지도록 나달나달 삭아버린 글의 흔적으로, 소중한 보물이 되어 절절히 남아
        바치는... 슬픔과 위로의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알 수 없는 미지에의 소망과  목마름,   있었다.
        염원 등을 의미한다.                                     <데사우로스-θησαυρός>"보화"의 "시간"이란 희생을 벗하는 삶일 것이다. 그것을
                                                        기꺼이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오로지 그것을 향하여 인생을 맡기는 사람들도
        서울 태생인 내겐 제2의 고향인 속초는 추억의 보물단지와도 같다.            있다. 그들은 어떠했을까! 그것을 꿈꾸며 실천해낸 사람들... 역사 속에  그리고
        소소하지만 벅찬 행복의 추억들, 어느새인가 스며들 듯 다가와 어느덧 감싸는,      지금도 분명 존재하고 있을... 감히 상상으로라도 그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자연이 주는 알 수 없는 감동과 그 선물인 벅차오르던 행복감은... 그런 젊은 날의   역사 속의 의인들에 숙연해진다.
        아름답고도 소중한 '설화와도 같은 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생명수를
        담은 것 같았다.                                       이제, 젊은 날의 속초, 그 보물단지의 뚜껑을 비로소 조심스레, 그 속 덮개를  조금씩
        "보화"의 헬라어<데사우로스-θησαυρός>에 관한 조셉 리 목사의 글을 읽던 중..   들추어 볼 때가 된 것 같다. 알맞게 곰삭았을지도 모를 그 새로운 생명력을... 이제
        "하나님의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득 "의미 깊은 시간들"이란   다시  설악의  울산바위를  마주하며,  직선으로  마음껏  내지르던  그  젊은  날의
        단어와 "희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기운을, 다시금 샘물을 퍼 올리듯, 힘껏 끄집어 내봐야겠다. 작고 은은한 빛의
        먼  옛날,  사랑하는  이는  내게  첫  고백으로  "희생이란  단어를  아느냐?"라고  첫   요정들도 같이 내게 속삭인다. 먼 설화 속의 이야기들을 ... 힘찬 붓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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