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김영현 개인전 2023. 4. 5 – 4. 11 마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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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그대가 있기에
72.7x91cm Mixed media on canvas
련되어 있다. 화해와 포용 그리고 사랑이라는 초월적인 공간에서는 대립의 분열도 오해도 없는 무한한 사랑법이
존재한다.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상생과 화합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새로운 행복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데, 편안한 그림은 바라볼수록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두요(斗姚) 김민정의 작
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서로를 향하는 마주함과 바라봄을 통해 이미 길어진 목을 세우거나 너그러운 화합의 눈빛으로
서로를 향하기에 순수하고 겸손해 보인다. 지상을 초월하는 듯한 사랑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기린의 시선은
화가에게 중요한 모티브였을 것이다. 서로는 참다운 사랑법인 겸손과 배려의 감정으로 상대를 더 높게 바라보는
데,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인 까닭이다. 서로가 지속적으로 불타오르게 만드는 숭고
한 일이 사랑의 기쁨일 것이며, 서로를 탐하는 순간 오해로 상대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감정을 얼음처럼 차갑게 만
든다. 사랑의 방식을 서로에게 전하려는 기린의 눈빛은 그래서 중요하다.
3.
아름다운 빛으로 찬란한 그의 그림이 어쩌면 사랑의 아픔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한편 가능하다. 그림이
밝고 투명하지만 종종 촉촉한 물기로 반짝거리는 화면에는 사랑과 이별이 순환하는 구조를 유추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 그는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다고 믿는데, 타자의 존재가 되는 것, 서로를 위한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사
랑의 숭고한 가치임이 그것이다. ‘기린 되기’에서 화가는 우연히 기린의 눈망울을 바라보고 상호존중의 마음으로
감정이입이 되었음을 전하면서 사랑의 고통과 행복으로 향하는 성장통을 다차원적인 형식의 기분 좋은 그림으로
승화시켰음을 고백한다.
두요(斗姚) 김민정은 화가인 주인공이 삶을 구성하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사유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그림에 정진
하기 시작했다. 기린을 중심으로, 풍성한 나무를 배경으로 하여 새들이 하늘을 날고 물고기도 한때 꿈꾸었던 새처
럼 떼를 지어 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지금 있는 곳도 행복이 싹트는 공간
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뭐든 포용하고 감싸는 것이 사랑이라면 주체라는 나를 비우는 것도 사랑의 실천이다. 사랑
에 대한 인식은 서정적인 미덕을 지닌 합일이다. 인간의 사랑법과 기린의 사랑법이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화가가
선택한 기린은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화합을 상징하는 예지의 동물로, 자신을 닮은 모습을 그는 섬세하고 투
명한 화법으로 그린다.
삶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행복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는 화가는 나무를 심어 넉넉하게 집을 짓고 새와 물고기를
불러 행복을 공유하는 새로운 환상의 낙원을 만들었다. 물속을 날던 물고기들은 홀연히 하늘로 올라 아름답고 향
기로운 행복의 꽃잎을 뿌리는 듯하다. 예쁜 별처럼 화가는 사랑이라는 보석으로 빛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는 그림
을 통해 행복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그를 예술가로 만든 정체성 혹은 예술적 영감을 불
어넣어 주는 존재는 가족의 사랑이었을 것으로, 화가는 가족의 사랑을 예술적 뮤즈로 삼아 특유의 시각으로 기쁨
의 이미지를 빚어낸다. 존재하는 누구나가 주인공이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행복을 그림으로 전하는 것이 두요(斗
姚) 김민정 화가의 사랑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