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김근정 개인전 2025. 12. 9 – 12. 23 학고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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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il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신의 세계, 빛과 어둠을 가르는
                      막을 상징하는 단어로 나는 ‘Veil’을 선택했다. 내가 사용하는 실크의 물성 또한 이 개념을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내는 매개라고 믿는다.

                      지난 전시까지는 Story of Ten_십장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생명성과 영속성을 꿈꾸는 방
                      향으로 작업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소멸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을
                      마주하고 이를 넘어서는 과정을 탐구했다.


                      어둠의 장막 바로 너머에는, 물질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에도 영혼이 조용히 빛나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세계는 훨씬 광대하며, 끝이 없으며, 우리의 감각 너머에 있으나 분명히
                      실재한다.

                      나는 믿음을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정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태도는 우리가 살아
                      가는 동안 붙들어야 할 가장 근원적인 가치라고 여긴다.

                      이번 작업에서는 실크를 자르고, 오리고, 태운 뒤 염색된 실크 캔버스 위에 다시 콜라주
                      (collage)하였다. 태워진 실크 조각을 회복시키듯 다시 붙이는 행위는 소멸의 순간이 곧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이어지는 시작점임을 말하고자 한 시도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한 조용한 확신이자 어둠을 통과해 빛에 이르는
                      믿음의 여정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고요하게 전하고자 한다.



                                                                             - 작가노트















                                                               ▶ Eternal Lights, 2024, Acrylic on dyed silk, 80.3x13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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