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이귀화 초대전 2023. 8. 23 – 9. 2 장은선갤러리
P. 2
자연에서 승화 시킨 자유의 의미
정 재 규(미술 평론가)
예술 작품의 구성 요소 중에는 내용이 필수적인데 이 내용의 개념에는 두 가지 의미로 살필 수 있다. 그 하
나는 미적 대상의 감각적 현상의 조형으로의 표현인데 이는 내적인 심리 구조를 의미한다. 또 하나는 모방
예술, 혹은 묘사 예술로 표현되는 현상의 세계를 의미하는 경우이다. 이 작가는 이 두 가지의 의미를 심도 있
게 충족시키고 있다. 그가 즐겨 설정하는 주제는 주로 자유(Freedom)인데 구속이나 속박에서의 해방을 뜻
하지만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제재나 형식에서의 의미보다는 영적인 시각으로서 죄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는 말씀을 자연 속에서 부각 시키
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진리가 되신 예수님(요 14:6)의 사랑과 은혜를 하찮은 잡초 속에서 발견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겪은 고난의 체험 속에서 얻어진 보석 같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 만물 속에 보여
진 하나님의 음성(롬 1:20)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직이 루쏘(Rousseau)는 에밀(Emile)이라는 그의 책자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데
무거운 죄의 속박이나 세속에서 참담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말이며 하나님의 사랑과 거짓이
없는 진실을 담아내는 곳이 자연이요 자연물이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밖에 없는 풀잎 속에서 읽어내
는 작가의 지혜는 스스로의 능력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사랑하시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여 년 동안 잡초같이 버려진 이웃을 내 몸 같이 돌보며 봉사하여 온 작가가 받은 선물인 것이다. 그림 속
에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 자신의 몸을 눕인 풀들은 하나님의 뜻에 순응
하며 겸손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있고 무질서하게 보이는 그 속에는 제각각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잃
지 않은 식물들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시며 만물을 창조하
신 하나님은 그 근본이 태초이며 생명이기 때문에 지금도 변함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와 바람은 생기를
불어넣는 성령의 능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뿌리에 스며든 물방울과 햇빛은 굽힐 줄 모르는 힘으로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자유는 생명의 존재 가치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며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보이는 것은 나타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이 곧 실존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는 만
물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관계의 범주 안에서 변두리에서 버려진 잡초와 같은 인생들
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기 위한 그의 심층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긍휼의 마음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대작 속에서 보여주는 풀잎의 자유로운 조형미는 고난의 세월을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
으로 관계를 이룬 어울림의 표현인 것이다. 화려한 꽃보다도 혹은 웅장한 나무들보다도 더 큰 호소력을 지
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어찌 보면 이토록 작은 생명을 세심하게 작품 속에 표출한 작가는 진정한 자유는 욕
심 없이 나를 버리고 낮추어서 잡초같이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연에서 배우는 자유임을 표현하고 있고 그
것이 곧 사랑이요 생명이라고 역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