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정영한 초대전 2022. 5. 11 – 5. 28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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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時代의 斷想 ; ICON
90.9×72.7cm acrylic on canvas 2020
꿈꾸는 이상은 가상假像 속에 있다. 정영한 작가는 마음 한편에 고이 간직해왔던 이상향을
불러낸다. 스티븐 잡스, 앤디 워홀, 마릴린 먼로, 살바도르 달리 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유
명인들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사유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리고 가상에 살고
있는 우상들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삶을 뒤흔들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공동체가 믿는 가치가 단일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공동체가 해체되고 각자가 추구하
는 믿음이 다양해졌다. 이제는 자신을 지탱해줄 가치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정보는 넘쳐나고 그 속에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 어려워진다. 과거에 절대적이었던
믿음들이 무너져 내리고 낭만적인 가치들이 상실되어가는 대신 더 많이 벌어야 하며, 더 많
이 가져야 한다는 '더욱 더 많이'의 가치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야말로 물질이 범람하는
시대이다.
작가는 이미 견고해져 버린 이곳의 질서를 뒤로하고 우리의 손을 잡고 낭만의 세계로 데려간
다. 그리고 감상과 정서로 충만한 채 세상을 보는 법을 안내한다. 이어서 작품에 등장하는 우
상들은 우리를 신비롭고 신화적인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그 이끌림은 우리의 방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또한 작품 속 꽃은 인생을 살며 겪는 썰물과 밀물의 결과로서 탄생한 결실이자
열매이다. 그러나 이는 실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되찾을 것이다.
꿈, 희망, 로맨스, 기억, 사랑, 판타지, 시간 그리고 삶
그것이 모두 허상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