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송기재 초대전 2025. 4. 2 – 4. 11 장은선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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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갈께요 97x145.5cm Oil on canvas 2022
나의 작업은 시계부품처럼 반복되는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으로 서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에서 비롯되었으며 일상적인 사물이나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고 현실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
을 통하여 결핍된 현대인의 심리와 인간 존재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토끼는 먹이사슬 가장 아래 위치해 있어 소리를 내는 것이 생존에 불리하여 성대가 퇴화되었다. 기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현대인은 실질적인 관계가 부재되고 도시의 시스템에서 배제
되지 않기 위해 낯선 시선에 무감각해졌다. 나의 그림은 도시에 종속되어 제 소리를 낼 수 없는 토끼의
성대처럼 퇴행적 진화를 겪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상한다.
원형은 쉽게 굴러다녀 어딘가에 의지해야 하고 잉여공간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조형적으로 가장 비효율
적인 특징을 가진다. 그렇지만 가장 개성이 강하고 중심성을 갖는 존재로서 원형의 토끼탈을 쓴 현대인
은 도시에 종속되어 제 소리를 낼 수 없는 불안한 존재임과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향한 호기심 가득한 존
재이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