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이혜령의 보석 해바라기 2024. 5. 24 – 5. 29 혜화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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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령 작가 노트


           불행보다 행복이 컸던 유년에는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마음의 여유가 넘쳤었
           다. 그래서인지 나는 해바라기처럼 밝았고, 자신감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샘솟았다. 그러나 ‘행
           복 총량의 법칙’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생은 내가 행복을 누린 만큼의 이면에 생각지도 못한 상처
           와 고통들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비로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과 불행들과 마주하
           였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힘든 시간들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제서야 나는 중년의 나이에 비로소 겸손한 마음으로 낮게 엎드려 ‘희망’이란 단어를 간절하게
           간구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특별한 인연으로 교류하며 함께 예술혼을 불살랐던 프랑스 화가 gilles
           gheri의 갑작스런 죽음까지 겪게 되니 삶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회의감에 사로
           잡혔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 정서마저 메말라갔다. 이런 고뇌에 찬 내게 어머니가 살며시 던져 주
           신 ‘해바라기를 그려라!’라는 말씀이 신의 계시처럼 다가왔다.

           신들린 듯 물감을 칠해가며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과 감동들과 만나게 되었고, 그림을 그
           리는 동안 지나간 삶들을 반추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어 가고 있다. 동화작가이자 시인의 삶을 살
           던 시기와는 또 다른 예술의 세계에서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던 자아를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
           러므로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구원의 행위이고, 남은 생을 기꺼이 태울 수 있을 만큼의 요
           체이니 내 작품들 또한 그만큼 값지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꽃잎의 두터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바르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듭 반복하고, 유화물감을
           여러 번 덧칠해서 해바라기가 완성되면 개인적인 의미를 담아 수집했던 보석과 원석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독특한 입체감을 가진 해바라기를 탄생시킨다. 캔버스에 오랜 시간과 정성을 담는 작품
           은 실제로 보았을 때 더 큰 감동을 안겨준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특별한 추억이 담겨 아끼며 소중
           히 여겼던 보석과 원석에는 건강 희구와 영원성을 부여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고통을 희석하는 시간이며, 새로운 희망을 잉태하는 시간이자, 예술혼을
           불태우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라의 보석 해바라기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많은 사람에
           게 새 생명과 새 희망의 에너지를 부여하고자 한다. 단지 행운과 금전운만을 상징하지 않는 영원
           성을 상징하는 보석과 원석을 그림과 일체화 시켜서 영원불멸의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희구하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담아 고귀한 작품으로 탄생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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