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영희 초대개인전 2022. 9. 30 – 10. 12 혜화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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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와 새와 고양이와 꽃

            영희 53번째 전시회를 축하하며

            글 : 시인 심종록


            영희는 모자를 쓰고 귀걸이를 하고 스카프를 맨다.
            그 광경이 애타도록 눈부셔서...
            새는 또 먼 서쪽 산에서 날아와 치근거린다.
            ‘색色쓰고 싶어 당신과’
            영희를 갈망하는 새는 정위精衛*

            영희의 손짓에
            붉고 하얗고 노란 꽃들
            언뜻 졸다 번쩍 정신 든 것처럼 깨어나네.


            피가 돌아 생생한 계절로
             쇄골을 드러낸 영희가
            지는 꽃에 슬퍼할 때
            가토 네로*는 속삭인다.


             모든 존재는
            빛의 이끌림
            빛의 유혹
            그리고
            스스로 빛나도록 사라지는 일


            허무뿐일지라도
            영희는 황량한 사막의 달빛처럼 도도하고
            꽃들은 흐린 날의 번갯불
            고양이는 겨울밤의 시린 별처럼 울고
                                                           새와 여인과 꽃, 72.7×60.6cm, Mixed media. 2022
            부리 붉은 새는 고통에 매료된 색채를
            세상 안으로 물어오네



            *精衛. 신농씨의 딸로 원래 이름은 女娃.
            동해에서 빠져 죽었다가 새로 환생해 서쪽 산의 나무며 돌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꾸는 일을 지금도 하고 있다.
            정위전해精衛塡海;
            이룰 수 없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무릅쓴다는 말은 그렇게 생겨났다. 세상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렇지 아니한가. 장르 불문하고.

            *Gatto Nero. 검은 고양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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