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2025. 11월 이달의 작가 Lion 64
P. 10

이육사 작품세계엿보기


















































       인간적인 따스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 격렬한 색과 대담한 터치에서 삶         며 작품과 교감하게 된다.
       의 혼돈과 순수를 동시에 포착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관람
       자는 화면 속 인물의 실루엣 주위에 소용돌이치는 색의 힘을 통해 각자         한편 무채색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흐릿한 풍경과 건물, 나목(까치
       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되며, 이는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보편적 감      집을 연상케 하는 선)이 어우러진 이미지가 인상적인 회화로 화면은 크
       동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상단에는 뭉게뭉게 뒤엉킨 구름이 화면을 장악
                                                      하고, 하단에는 희미하게 펼쳐진 평지와 나목, 그리고 오른쪽 건물이 위
       다양한 농담과 깊이 있는 터치로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적 풍경화는 빛         치한다. 먹색과 회색, 청색이 곳곳에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우울하면서도
       의 움직임을 탐구하는 시선으로 물감의 두께와 강약을 조정하여 화면 곳         생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곳에 흐름과 공간감을 부여하고, 미묘한 색상의 변화로 숲속 혹은 자연의
       깊은 분위기를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두터운 붓질과 거친 질감 처리 덕분에 구름과 건물, 땅의 경계가 뚜렷하
                                                      지 않고, 마치 꿈결처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자연의 변화무쌍한 표정을
       녹색 계열의 색채는 평온함과 동시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을 유도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인위적 구조물이 자연과 충돌하듯 조형적으
       한다. 화면 중앙과 주변부의 색상 대비는 빛의 흐름과 시각적 중심을 만        로 배치되어 있다. 이는 작가가 도시의 외로움과 자연의 장엄함을 대비적
       들어내며, 하단의 약간 밝은 부분은 땅의 존재를 암시하면서 전체적인          으로 표현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깊이를 더한다. 이러한 색의 변주는 각각의 층위가 중첩된 듯한 공간 효
       과를 낳는다.                                        잿빛 구름과 황량한 풍경, 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인간의 내면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사물의 윤곽은 존재의 불확
       이육사 작가는 자연을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감각과 심상을 통해         실성과 불안,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동시에 암시한다. 작가의 색
       추상적으로 환기시킨다. 작가가 공간과 시간, 자연의 에너지에 대한 내         채 선택과 화면 구성은 현대사회의 쓸쓸함, 혹은 변화의 전조와 같은 감
       면적 감성을 직관적으로 포착한 점에서 동시대 자연주의 추상화 경향과          정적 긴장감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도 연결된다. 관람자는 화면 안을 거닐 듯 자신만의 내면 풍경을 상상하


       34
       34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