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한미영 개인전 2024. 10. 1 – 10. 31 아미쿠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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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기억




                    오늘은 어디로 떠나볼까.

                    나의 여행 출발지는
                    화실
                    빈 캔버스 앞에 앉아 여행을 꿈꾸며

                    설레는 마음으로 팔레트(palette)에 물감을 짠다.
                    터키 블루(Turkish blue), 바이올렛 그레이(Violet gray)



                    인생이라는 여행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
                    마주한 시간, 풍경, 사물, 순간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떠올려본다. 그림으로



                    야외스케치로 만난 막막한 풍경들과 마을 그리고 사람들
                    늘 맘에 드는 소재를 건지지는 못하지만 사진 찍으러 걷고 또 걷다가

                    멈추었던 길들
                    모델 P와 화실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몰두했던 인물화 작업들

                    화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햇빛에 순간순간 살아 움직이는 정물들과의
                    낯선 만남들



                    그림을 그리면서 바뀐 것은
                    인생이라는 여행지에서 나를 남기려 애쓰기보다
                    그냥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내려고 하는 내가 되었다.



                    여기에서 행복하면 여행이라고도 말한다.
                    팬데믹 이전 겨울이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던 시절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곳에 사람이 보인다.

                    걷고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 속에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의 여행은 완성된다.
                    나의 그림 속에, 그림 너머에 사람이 느껴지길 바라며

                                                                                2024년 10월
                                                                                    한 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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