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지언 개인전 2025. 11. 12 – 11. 17 더스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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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과》
          김지언 화가 열세 번째 개인전의 문을 엽니다.
          이 걸음에 동행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이번 전시는 저의 세 번째 '사과' 연작, 《피리 부는 사과》를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브의 사과'에서 '동시대의 사과'를 거쳐온 이 탐색은, '최초의 인간(나 자신 또는 우리)'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사과는 드디어 '피리'를 붑니다. 피리 소리는 저에게 '나를 찾았다'는 명징한 의미를
          지닙니다. 오랜 탐색 끝에, 세상의 소음과 유혹을 넘어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아낸 순간의
          메아리입니다.
          이 깨달음을 담아, 저는 이번 작업에서 사과가 가진 '원형(圓形)'이라는 틀을 과감히 깼습니다. 기존의 익숙한
          형태를 벗어나 네모 또는 변형된 모양으로 구현된 사과는,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나와 자기 존재의 정의를
          새로 내린 해방된 자아의 모습입니다.
          나아가, 일부 작품에서는 사과라는 형태마저 사라지고 오직 즐거운 피리 소리에 반응하는 리듬과 율동만을
          그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실재로서의 사과를 넘어,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의 에너지가 곧 존재 자체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세 가지 기법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특히 한지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행위는, 시간을
          견뎌 단단해지고 수많은 고민과 깨달음이 축적되어 비로소 피리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자아의 깊이와 두께를
          상징합니다.
          동화 속 '피리 부는 사나이'의 어두운 결말과 달리,  저의 《피리 부는 사과》 는 '나, 지금 여기에 잘 살아냈다'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진심 어린 환영과 위로의 노래입니다.
          부디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가장 순수한 자아의 피리 소리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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