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박지혜 개인전 2025. 3. 20 – 3. 26 Yun Gallery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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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나의 작품은 아름다운 유토피아, 자연물과 풍경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과 갱신을 거
듭하는 삶의 고리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을 경고하는 것에 가깝다. 작품 속
제시된 공간은 무엇이든 이뤄지고 갖춰진 완벽한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이와 정반대로 빠
르게 소멸되고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소고라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겐 육체적, 정신적,
이념적으로 낙원을 갈망하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기에 우리는 이에 대해 시간을 쏟아 치열
하게 고민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낙원은 평범한 삶,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공생하고 있
다. 작가는 ‘생生’과 ‘사死’ 사이의 경계에서, 자연 속 동식물들이 쉽게 구겨지고 상처 입기
쉬운 ‘종이’라는 소재로 변환되는 것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한다. 작품 속 화
면은 제한된 풍경 혹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동식물들을 재현한다.
자연으로의 회귀, 환기는 자연이 지닌 생명력이며 치유와 희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생
명의 순환과 갱신이라는 자연의 섭리는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준다. 우리는
항상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자연과 공존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질병
뿐만 아니라 전쟁, 기후 위기, 자연 재해 등과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 혹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능동적인 행동으로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헤테로토
피아는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무한함’일까? 그렇다면 아슬한 경계선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