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장혁동 개인전 2023. 9. 12 – 10. 29 쇼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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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게 하는 작가, 보이게 하는 그림 - 장혁동




            장혁동은 우리 화단에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작가이다. 왜냐하면, 그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독일에 체류하면서
            프랑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 주로 유럽을 무대로 작품 활동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알려지지 않은

            무명작가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 정헌메세나 작가상(프랑스 파리) 수상, 2015년 Beautiful Bridge 2(예술의 전당)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그의 작업은 좋은 평가를 얻어 그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독특한 것은 일상적인 풍경묘사나 인물이 표현이 아니라 풍경의 모티브가 특별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런 그의 회화에 몇 가지 주제와 특징을 살펴보면 주변의 모습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풍경들이다.
            예를 들면 작가 자신이 그림의 모티브가 된 그림 그리는 화가의 초상도 그렇다. 커다란 화폭에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작품, 다리를 쭈그리고 열심히 구석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도 등장한다.



            또 다른 풍경은 배 위에 외롭게 홀로 서 있는 남자, 건물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세 사람,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두
            사람, 무엇인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련의 사람들 경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놀이를 하는 소녀들, 나뭇잎 사이로

            모여 있는 사람들, 공간사이로 오가는 시민들,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장면 등 그의 화폭에는 이렇게 다양한 어쩌면
            흔한 그러나 작가들이 좀처럼 주제로 삼지 않는 삶의 흔적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화면 속의 정경들은 특별한 목적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어떤 특정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지도 않다. 물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표정이나  몸짓처럼  연극적인  공간의  일부처럼  인식되는  작품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작품들은 그럼에도 하나의 일관된 패턴과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형식이란 아주 보편적이고 일상의 공간에 장면을

            포착한 것이지만 그것을 향하는 작가의 시선이 전반적으로 멜랑콜리하다는 점이다. 다소 우울하거나 어둡고 칙칙한
            풍경들.  이  그림들은  모두  어떤  특별한  이슈나  상황을  드러내기보다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음울한  장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거부감이나 어색함 없이 익숙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바탕을 형성하는 색채와 구도들은 밝고 행복한 인상이기보다는 고독한 풍경들로 가득 차 있어 무엇인가를 사색하게

            한다.



            이  인물들과  배경은  왜  거기에  놓여  있으며,  왜  얼굴들의  표정은  거의  가려져  있거나  뭉개져  있는  것일까?  그의
            회화공간에 무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공간처럼 만들어지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풍경과 만나서 배경이 되고 마침내 작품

            속에서 그 불길한 분위기와 일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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