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서형석 초대전 2024. 3. 13 ? 3. 29 장은선갤러리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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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옛 것을 찾아
자연은 인간의 대상물이 아니라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우주적 질서이며, 모든 생성의 모태이
자 사멸의 회귀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며, 인간의 미의식
과 예술 활동 또한 자연에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확실히 우리에게 있어서 자연과의 조화
라는 테마는 모든 철학과 예술의 기본 정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인의 작품은 옛 것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만나는 우리들의 일상, 즉 삶의 흔적들
을 주제로 하였다. 인간의 삶 속에는 무수한 많은 일들이 있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되는 동안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질곡 있는 삶과 그 삶을 이겨내는
역경들이 겹겹이 계단을 이루어 하나의 깊이감과 공간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본인이 현대에 옛 흔적이라는 작품 내용으로 인해 표현재료로 한지를 택한 것이 다소 보수적
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본인이 작품에 담고 싶은 내용이 자연적 정서가 담긴 이미지와 흘
러간 세월 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 그리고 회상들을 이미지화하여 표현하고자 함에 있어서,
전통 재료인 한지의 강인함과 소박한 특성이 본인의 작업 성향에 효과적인 조형적 표현이 가
능하기에 택하게 되었다.
본인은 이 작업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문화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풍습 구석구석 함께 숨 쉬
어 온 한지만의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자연 염료의 자연스러운 색감과 조화를 이루어 우리의
정서적 느낌을 본인의 삶을 통해 보여지는 현실과 더불어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또
한, 이러한 한지와의 만남을 통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경험들을 구체화 하고 다양한 마티
에르 등으로 삶의 궤적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더 나아가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순환성을
드러 내고자 한다.
- 서 형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