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신철균 초대전 2024. 2. 7 – 2. 23 장은선갤러리
P. 2
‘산이 있어야 숲이 있고, 숲이 있어야 산이 그윽하다’
- 신철균 개인전에 부쳐 -
작가 신철균의 예술 역정은 실경 수묵산수화로 일관하고 있다. 풍부하 그의 산수는 필 보다는 묵을, 기(氣) 보다는 운(韻)을 지향함이 여실하
고 깊이 있는 수묵의 유장한 맛은 그의 작업이 지니는 첫 인상이자 장점 다. 빠르고 강한 일필의 유혹을 모나지 않은 유연한 필선으로 대체하고,
이다. 그의 작업은 크고 기이하며 특별히 아름답거나 유명한 풍광을 굳 대상의 명료함 대신 그윽한 수묵의 운용을 통해 표현해 내는 그의 산수
이 취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일상의 주변에서, 혹은 삶의 언저리에서 는 그래서 장중하고 무거운 깊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氣), 혹은 기세
포착된 자연의 인상을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표현해내기에 그의 화 의 표현은 필(筆)이 지니는 장점이다. 강하고 분명하며 그 흔적을 고스란
면은 익숙하고 친근하다. 강원도를 태생지로 하고 교육자로서, 또 작가 히 드러내는 장쾌한 속도감과 호방한 운동감 등은 필의 운용에서 기대
로서의 삶 역시 이를 바탕으로 일관하였기에 이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 되는 효과이다. 그러므로 필은 직접적이고 남성적이다. 이에 반하여 묵
른다. (墨)은 상대적으로 정적이며 소극적이다. 그러나 묵은 두터움과 깊이를
제공해 준다. 기(氣)가 직접적으로 종을 때리는 쇳소리라면, 운(韻)은 이
그의 산은 늘 너그럽다. 크고 웅장한 덕목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대작에 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도 같은 것이다. 당연히 기가 있어야 운이 생
있어서나, 자연의 소소한 부분에 눈길을 주는 작은 화면에서도 이는 공 성되는 것이고, 운이 있어야 기는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분명 실경을
히 포착되는 바이다. 이는 단순히 그의 기법이나 표현에서 기인하는 것 바탕으로 하지만 그는 자연에 대한 관찰과 교감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고
이 아니라 그의 천성이 반영된 자연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 그 결과를 조심스럽게 화면에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산은 두텁고
이라 여겨진다. 친근하며 깊이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가 포착한 대자연의 운(韻)
이다. 그가 적잖은 작품의 명제를 <산운>(山韻)이라 함은 이러한 연유일
그의 화면은 다분히 원칙적이고 합리적이다. 멀고 가까움을 구분하고 사 것이다.
물의 크고 작음을 나눠 수용해 내는 일련의 과정은 흐트러짐이 없다. 더
불어 여백의 설정과 농담의 구분, 그리고 사물과 사물간의 관계 설정에 옛말에 수묵은 필법에서 시작하여 묵법을 통해 풍부해지며, 수법(水法)
있어서도 파격이나 변용을 경계함이 여실하다. 화면 전반의 조화와 균형 에 의해 비로소 완성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먹으로 그린 그림을 수묵화
을 통한 중용(中庸)적 가치의 추구는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가치라 라 말하며 수(水)를 앞에 두는 이치일 것이다. 그의 작업을 일관하며 느
여겨진다. 이 역시 그의 천성에서 기인하는 바일 것이라 생각한다. 낀 것은 그의 화면에서 전해지는 물의 맛이다. 물론 이는 그윽하고 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