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김은 초대전 2024. 9. 24 – 10. 7 어우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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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가 전제된 공존





              1997년부터 김은 작가는 평면회화, 부조,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대립되는 주제에 대한 동등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해 왔다. 또한 계속적
              으로 불안정한 구조의 설계에 대한 중요성을 확립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의 유형적이고 물질적인 한계를 노출시킴으로써 시간과 공간
              의 역동성을 미적 균형의 원천으로 제시한다.


              김은은 유교에 대한 믿음이 번성했던 한국의 목가적인 시골에서 자랐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한지 위에 글을 쓰는 환경이 남성만큼 쉽지 않아
              김 작가는 종이에 대한 비밀스러운 호기심을 키웠다. 작가의 호기심은 계속 커져가 결국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
              득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이후로, 전통 한지와 식물에서 추출한 섬유(한지죽)는 대부분의 작품을 통해 근본적인 토대가 형성되었다. 김 작가
              는 예술가가 되면서 "전통 한지의 특성을 매우 깊이 분석하게 됐다. 내가 원하는 어떤 모양도 취할 수 있고, 색을 입힐 때 자연스럽고 섬세한
              색상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 그것은 심지어 천년 이상 보존될 수 있다. 이제 나는 이 재료가 없는 내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종이
              펄프를 반죽할 때는 그것이 내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다."고 했다.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시절, 김은 작가는 특정 장소(Site-specific)에 설치 또는 퍼포먼스 전시를 통해 9.11 국제 테러와 같은 세상의 비
              극적인 상실을 표현하려 했다. 이 복잡하고 무질서한 현실에 대해, "모든 복잡성은 질서가 내재해 있고, 모든 질서는 복잡성을 수반한다고 생
              각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세상에 순수하게 복잡한 것들로 가득 차 있거나 순수하게 질서 있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질서(order)'나 '
              무질서(disorder)'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질서'와 '무질서'라는 개념은 더욱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결과, 김은의 작품은 비대칭성, 두꺼운 질감, 거친 표면과 함께 복잡하고 너덜너덜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부각시켰다. 예술가들에게 파괴의
              과정은 "새로운 탄생"에로 이끌려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내 작품이 '생성'과 '소멸' 또는 '生'과 '死'처럼 반복하는 과정을 보면 흥미롭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무엇인가를 찢는 행위와 태우는 행위는 어떤 것을 “소멸”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제작 과정에서는 일반적
              으로 “소멸”시키기 위한 이러한 행위가 새로운 무엇인가를 “탄생”시키기 위한 유희의 몸짓이다. 즉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는 찢고 태우는 행
              위를 반복하는 동안 "나의 내면세계는 고요를 찾으며 정적의 세계에 이른다. 소멸도 탄생도, 집합도 흩어짐도, 빛도 어둠도 서로 필수불가결
              한 관계성을 맺으며 하나의 세계가 이루어짐을 인식하게 된다. 이 인식의 시간을 거치며 나의 조형은 식물에 열매가 맺히고 꽃이 피듯이 서서
              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 나의 작품에 찢고 태운 한지조각의 군집은 무심히 모여 있는 군집이 아니다. 서로 다른 한지조각들의 관계성을 인
              식하는 Co-existence의 세계이다. 끊임없이 또 다른 생성과 소멸을 예고하며 꿈틀거리는 소용돌이의 세계이다."라고 그녀는 역설한다.

              게다가 작가는 섬세한 오목한 형태를 다루는 것에서부터 젖은 종이 펄프를 석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구현한
              다. 모델링하기에 자유로운 한지 죽의 물성을 추상적 형태로 해체하고 조합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관념의 비가시적 세계를 가시적 세계로
              이끌어 낸다. 추상적인 비시각적 개념을 주제로 삼은 김은의 최근 부조작품은 거칠고 너덜너덜한 형태의 오브제들을 흰색이나 빨간색의 배
              경화면 위에 수직, 수평으로 배열해 놓았다. 따라서 단순한 듯 복잡한 또는 복잡한 듯 단순한 이중 효과를 달성하면서 무질서와 질서가 공존
              (Co-existence)하는 화면의 특수성을 창출한다.

              그녀의 작품은 마치 시에서 각각의 연결된 단어의 조합과 대조되는 것처럼 강한 동일성을 창조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또한 캔버스위에 자리
              잡은 오브제와 오브제 사이의 섬세한 깊이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이는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색상과 형태가 다르게 보이는, 즉 감상자가
              작품을 매 순간마다 다양하게 완성시키며 감상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By Jill Conner, New Y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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