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전시가이드 2020년7월 이달의 작가 김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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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생명률, 162×121cm, 판넬에 혼합재료, 1994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사색하는 보헤미안         순남이 사회성 강한 구상미술보다 순수내면과 만나는 칸딘스키와 같은 추상
       앞서 우리는 김순남의 오늘을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업의 현재성에 주목했다.      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필연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을 위해 떠났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일까? 김순
       남의 작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세 가지를 꼽자면, 작가가 태어난 지리산     작가는 2006년 심포니시리즈에서 아크릴의 빨리 마르는 특성에 주목한 바 있
       산청의 자연주의 미감(소요유: 逍遙遊)과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의 자     다. 94년 무렵 유화로 그렸던 원형의 심포니는 해체되어 ‘뮤직 시리즈’가 되었
       발적 연금술, 예술과 정신의 행위적 일체를 추구한 칸딘스키의 추상미학일 것      고, 이러한 음과 시의 의미화 과정은 관현악의 지휘자와 같이 ‘예술을 위한 예
       이다. 어린 시절부터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국내 생     술’로의 감동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와 연관되었다. 김순남의 작품이 ‘유리알
       활을 접고 뉴욕 인근 뉴저지에서 20여 년 간 교수·작가·아내로서의 새로운 삶    유희’와 연계되는 것은 작가가 그리는 행위를 유희(플레이)로 보기 때문이다.
       을 살아낸다. 헤세의 유리알 유희가 깊이 있는 마음수련을 담았던 것처럼, 작     과거를 해체하면서 명상적인 콜라주가 나오기도 하고, 심포니의 해체된 작업
       가 역시 잘 지내온 고향으로부터의 벗어남, 더 이상 속하지도 맞지도 않는 생     들이 비집고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는 실크·한지작업과의 연결 속에서 작고
       활로부터의 탈피, 최고의 행복과 빛나는 자의식의 순간과 단절해야 하는 삶       큰 모뉴먼트의 큐브들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12개
       속에서도 ‘독립된 작가로서의 삶’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자 하는 유희는 김     가 하나로 연결된 스퀘어로 만든 <헤르만헤세에게 바침 (Homage to Her-
       순남에게 가장 고귀한 것, 그 어떤 고통 속에서도 평생을 던져야 하는 가치 있    mann Hesse)>에 주목해보자. 90년대 석사 졸업작품전의 대표작(대학원 논
       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꽃이 모두 시들듯이, 젊음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지혜    문과 전시의 타이틀 '유리알 유희’)은 조화롭고 우주적인 불이의 시각 속에서
       도, 덕도, 인생의 모든 단계도 제철에 꽃피울 뿐, 영원하지 않네. 생의 부름을   해체되고 재구성되어 무심무종의 현상과 만나게 되었다. 이렇듯 컴포지션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       유희로 보는 시각은 미술도 음악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감동을 줄 수 있다
       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     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작가의 작품에서 뮤직시리즈와 Mixed-Media시
       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유리알 유희의 언어처럼 김     리즈, 심포니시리즈 등은 한 시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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