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임용순 개인전 2025. 9. 6 – 9. 14 신흥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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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보다




           글 : 이문자 (전시가이드 편집장)

           임용순 작가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회화, 드로잉, 혼합매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울림과 존재의 결을 시각
           화하는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형상 재현을 넘어서, 자연과 인간, 기억과 사유, 침묵과 언어 사이에 흐
           르는 보이지 않는 감각을 포착하고 이를 철학적, 감성적 언어로 풀어낸다.


           《울림을 보다》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예술적 사유를 하나의 서정적 체험으로 전환시킨 전시다. '생
           명', '자연', '사유', '내면'의 네 장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시각적 회화를 넘어 청각적 요소(해금·바이올린 앙상

           블)를 결합하여 감각의 다층적 교차점을 탐색한다.


           작가는 먹의 농담, 여백의 침묵, 선과 색의 진동, 문자와 이미지의 결을 통해 생명의 흔적과 내면의 떨림을 화
           면 위에 펼쳐놓는다. 나무의 뿌리, 사라진 꽃, 파편화된 기억 등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과 맞닿
           은 사유의 통로로 기능한다.


           특히 ‘울림’이라는 비가시적 감정을 시각화하려는 시도는 회화의 전통적 언어에 동시대의 감각과 정서를 덧입
           히는 실험으로 읽힌다. 익숙한 한국화 재료인 먹과 종이를 기반으로 하되, 그 위에 현대인의 불안, 사유, 내면
           의 대화를 새롭게 얹는다.


           독일 유학과 서울, 경주, 영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활동 경험은 작가의 시각 언어에 폭넓은 문화적 결을 더
           한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이력 역시 그의 작업에 내재된 철학적 깊이와 사회적 감각의 근거가 된다.


           《울림을 보다》는 정적인 전시가 아니다. 작품 앞에 선 관람자의 마음속에서, 작가가 던진 물음과 울림은 여전
           히 진행형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는’ 경험이며, 감각의 회복을 향한 여정이다.


           임용순의 예술은 한국화의 전통적 어법 위에 동시대적 질문과 감각을 중첩시키며, 회화가 어떻게 삶의 본질
           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 울림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관람자의 내면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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