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권용택 개인전 2025. 5. 10 – 5. 23 예술공간 아름, 실험공간 UZ 2025. 5. 24 – 5. 30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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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몸소 느끼며, 현실 참여 미술을 오랫동안 해오며 조직활동과 작업의 일치는
그리 녹녹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업에 대한 고민은 고민대로 수원을 벗어나 사람보다 자연과
더 가까이에서 작업에만 몰입하기 위해 조용한 작업공간을 꿈꾸기에 이르렀습니다.
1992년 ‘들꽃 그림전’과 1996년 수원화성축성 200주년을 맞아 전국최초로 ‘전국환경미술제’를,
1998년 ‘물의 표정전’을 가지며 환경, 생태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백석산 작업실 하오개 그림터의 삶은 평온한 삶을 꿈꾸어 온 것이 어느 정도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작업에 대한 진척은 느릿느릿 힘겨웠고 그에 대한 갈등은 또 다른 숙제였습니다.
무엇이든 욕심을 덜어내고 찬찬히 가보자 하니 백두대간 겹겹이 굽이치는 산이며 깊은 산속 폭포,
작은 계곡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속에 기대어 살아가는 물까마귀, 고라니, 산양, 멧돼지, 수달, 황
조롱이, 물까치, 어치 등 온갖 생명들의 아우성을 보고 들었습니다.
하오개 그림터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작업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하였
습니다. 우연히 발길에 채인 돌을 재료 삼아 그리기 시작한 돌작업은 돌이 지닌 고유의 물성위에 풍
경이 덧입혀지는 작업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石.火.土.木 자연에서 얻어지는 모두를 재료로
작업하였습니다. 역사적이거나 지나간 삶을 표현하기 위해 수묵기법을 차용하여 밑작업을 한 후에
아크릴이나 유화로 덧입히는 방식으로 진행된 최근 평면 회화 작업들은 이곳 작업실에서 자연스럽
게 진전된 형식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는 필연적이었습니다. 2020년 공공미술에
참여하며 도판작업을 해본 경험으로 2020-2021년 사이에 제작했던 도판작업 중 일부를 함께 선
보입니다.
‘티끌 속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의상스님의 화엄사상, ‘하늘과 땅 인간은 모두 하나’라는 동학 최
시형교주, ‘모든 생명체는 인간과 대등한 고유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생명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파한 생태 사상가 아르네 네스 등의 영향을 받아 생태계에 대한 관
심은 생태미술로 체계화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른 내용과 형식을 조화롭게 진전시키는 고민은 현
재까지 진행형입니다.
전시를 기획해 주신 예술공간아름 홍채원 관장님과 후원해 주신 평창유산재단과 평창군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오개그림터에서
권 용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