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전시가이드 2025년 0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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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5. 숨비소리 - 숨 45x33cm 장지에 분채, 석채 2025 4. 숨비소리 - 바람 45x38cm 장지에 분채, 석채 2023
2025. 8. 20 – 8. 26 정수갤러리 (T.010-6249-2404, 인사동)
숨비소리, 그리고 풍경
김미희 개인전
글 : 박정수(정수갤러리 관장)
김미희 작가의 작품에는 그녀 스스로 구축한 고유한 원칙과 미학적 세계관이
담겨 있다. 인물, 풍경, 사람, 자연의 사물 등 모든 대상에 차별 없는 동등한 가치
를 부여하며,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가'에 중심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곧 그녀의 작업이 감정, 숨, 염원, 호흡과 생명의 신성성처럼 형
태와 무늬가 없는 본질적인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기 위한 시도임을 시사한다.
작품 <3>에 등장하는 사과는 단순한 과실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과거
의 기억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자 신성함을 상
징하는 사물이 된다. 때로는 성경 속 선악과를 떠올리게도 한다. 들꽃으
로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부유하는 사과, 해바라기 꽃대 사이로 피어
난 사과 형태의 꽃은 모두 경계 없이 혼재하며 상징적인 의미를 품는다.
작품 <4>에서는 사과가 생명의 신성성과 존귀한 삶의 가치를 대변하는
존재로 전환된다. 여기서 사과는 단순한 외형이 아닌, 예술가 내면의 감성
과 교감하며 밀려나온 이미지로서 표현된다. 이는 사과를 그리는 행위 자 3. 숨비소리 - 희망 45x38cm 장지에 분채, 석채 2019
체가 예술가의 욕망과 감정, 그 내면의 압력을 표출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않으며, 계절에 몸을 맡기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이상을 향
작품 <5>에서는 테왁(해녀들이 사용하는 부표)이 사과로, 다시 그 사과 한 여정을 그려낸다.
는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전달자로 진화한다. 꽃으로 분했던 사과는 결
국 하나의 사과로 응집되고, 이 과정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상을 응축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사
며 영글어가는 예술적 여정과도 같다. 진짜 사과처럼 묘사된 이 사과는 라진 것도 아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명하려 들지 않는 이 침묵의 태
단순한 재현이 아닌, 사람들의 희망을 잇는 상징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도에서 김미희 작가의 예술적 가치가 확립된다. 그녀에게 시각예술은 무엇인
가를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세상의 고유한 이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제
김미희 작가의 예술 세계는 삶의 이상과 예술가적 욕망이 자연의 섭리 속에 주 오름에 스며든 해녀들의 숨소리는 여전히 그림 속에서 맴돌고, 닿을 수 없
서 맞물리는 지점에 존재한다. 그녀의 작업은 ‘소리로 보는 세상 이야기’이며, 었던 이상을 꿈꾸던 사람들의 삶은 오늘날의 현실과 조응하며, 조용히 그러
그것은 곧 생명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길을 맹목적으로 좇지 나 깊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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