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강현 초대전 2024. 2. 7 – 2. 20 갤러리쌈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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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크릿 가든
빌딩숲 사이로 매섭게 불어대는 겨울바람에 자꾸 몸이 움츠려져 따스한 온기가 그립다. 한 겨울의 추위
가 지나가고 꽃샘추위가 봄을 재촉하면서 살랑대는 봄바람에 싱그런 풀 냄새가 기다려진다.
봄 향기가 가득한 풍경들.
시원한 바람과 초록빛의 향연이 아름다운 여름풍경.
눈부시게 시리도록 형형색색의 고운 옷을 입은 가을 단풍과 낙엽들.
유난히도 자주 하얀 꽃을 선사했던 하얀 겨울...
아파트 정원 자두나무에 둥지를 삼아 살아가는 박새가족이 아침의 고요를 깨운다. 창문사이로 상쾌한
자연의 냄새와 함께 아침을 시작해 본다.
힘차게 한번 세곡천변을 걸어보자.
어느 날 가던 길을 되돌아 동네사람이 다니지 않은 세곡천 끄트머리로 발길을 돌렸다.
그 곳은 외진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 좀 무섭기도 했는데 그 날 나는 무슨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그 끄트머리에서 화폭에 길고양이를 그릴 수 있게 만들어준 인연....., 보미와 샤미 어린 남매고양이를
만난 곳. 나는 보미와 샤미가 살았던 그 곳을 시크릿 가든이라 부른다.
생전 동물 가까이에 가 본적 없던 내가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온 건 분명 인연이었다. 언덕 버드나무숲
사이로 빼꼼히 내민 그 앳된 모습과 아름다운 보미의 노란눈동자와 샤미의 하늘빛 눈동자는 내가 캣맘
이 되게 해주고 캔버스에 길고양이를 그리게 된 계기였다.
나의 작품은 계절을 담아내고 각각의 계절이 함께 하는 푸르른 나무와 꽃과 풀과 그 풀 속에 숨어 있는
길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계절 물이 흐르고 길가에 피어 있는 황매화, 금계국과 수국, 억새풀과
강아지풀이 무수히 수를 놓는 아름다운 시크릿가든의 생명과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중간색조
의 색감을 부드럽고 따스한 색채의 언어로, 섬세한 색채 이미지에 덧입혀 또 다른 세상을 표현해 본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원래 길고양이의 터전이었던 그 곳.
나의 시크릿 가든에 살고 있는 10여 마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다.
- 작가노트 강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