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화진 개인전 2024. 12. 4 – 12. 12 아르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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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조형성에 관한 새로운 답신 - 이화진”
글 : 김종근(미술평론가)
예술가에게 있어 ‘새로운 표현과 변화’는 가장 이상적이고 흥미롭다. 이를 추구하는 열정만이 새로운 회화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구성주의 회화의 거장이자 신조형주의인 데 스틸 (De Stijl)의 대표적인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 (Piet Mondrian)이 그러했다. 일찍
이 흔해빠진 나무라는 하나의 사물에서 시작하여, 그 기본적 형태의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치열하게 변형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한 몬드리안은 마침내 ‘차가운 추상’이라는 독특한 신조형주의 추상회화를 창조했다. 몬드리안은 쉬지 않고 자신의 조형 언
어를 생략과 변형으로 단순화 시키면서 파격적인 구성과 색채로 회화의 새로운 조형성을 획득했다. 놀랍게 변화된 이화진 작가의
참신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보면서 피에트 몬드리안을 연상하게 된다. 특히 낯선 사물의 형태와 이미지로 번득이는 이화진 작가의
구성은 미니멀리즘을 연상 시키며 강력한 단순미와 형상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녀는 무엇보다 거침없이 던져진 이 몇 개의 형상으로 생략된 상징적인 화면을 매력적으로 완성하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1980년대부터 보아온 이화진의 과거 작품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속에선 아무런 규칙이나 질서 없이 그려진 듯한 자유로움
이 있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이화진 작가의 이미지와 형태, 그리고 균형 잡힌 색채로 분할된 구성들은 신조형주의적인 단
순미와 절제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회화의 조형성에 주목하고 증폭된 간결미에 사로잡힌다. 거기에는 알
수 없는 형태미와 꽃의 형상, 얼굴의 모습들을 과감하게 합체화 시키는 작가의 대담함이 발견된다. 이러한 형상들이 궁극적으로
기하학적인 도형과 어울리면서 회화의 강렬한 추상성의 지루함을 극적으로 해소 시켜준다.
그녀의 그림의 주된 모티브는 던져진 형태와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푸른 색 등의 색채와 꽃 혹은 도형과 절묘하게 매치시키는 시
각적인 타원형이다. 이것이 이화진 작가의 깊이 있고 예술적인 회화의 조형적 구성요소임은 명백하다. 무엇보다 기하학적 도형과
구상적인 이미지의 하모니는 신조형주의와 구상회화의 양식을 합성한 듯한 패턴에서 출발한다. 푸른 색조의 구김살 없고 자유로
운 표출은 < 사랑과 기억의 꿈 >, < 바다의 야상곡 >, < 사랑의 꿈 > 등에서 실증적으로 명료하게 제시된다. 동시에 이화진 회화
의 특징적인 요소는 무엇보다도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적 탁월함과 그 미적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구상미술과 추상미술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화법을 수십여 년 동안 고뇌 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기하학적
도형과 구상적인 형상을 자유로운 상상을 통한 무의식의 지평에서 아주 화해로운 조화미를 기술적으로 빚어내는 원숙함과 세련
미의 정점에 도달했다. 아마 그러한 시간은 어언 40여 년을 넘나든다. 그러기에 이화진의 은근하고 인상적인 색상들의 대비와 배
치는 충분하게 어울려 회화가 줄 수 있는 가장 부드럽고 신비한 분위기 연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이화진 작가는 구상 형식과 비구상 표현이 어떻게 같은 화면에서 부딪치지 않고 공존이 가능한지를 고민의 순간들을 통해
이 그림들로 증명해 보인다. 그러한 조형적 요소가 결국 성공하여 그림에 조화로움과 안정감을 주어 더할 수 없이 충실한 회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중앙의 분할된 비어있는 공간, 과감하게 나누어진 이미지들과 삼각형 등이 자리한 파격적인 여백 속에 형상
들은 구상 예술의 표현 방식을 넘어 추상회화에 도달한다. 그녀의 푸른 색조의 풍부한 색채 구사도 우리에게 평화로움과 짜릿한
공간감을 전해준다. 지배적인 블루 톤의 조화롭고 차분한 분위기, 신비로움과 우아함을 동반하는 위험한 삼각형 등도 그녀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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