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영현 개인전 2023. 4. 5 – 4. 11 마루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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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봄이 피었다.
산도 피었다. 봄이 와서 조로롱 구르는 봄 빗방울 연두색 안고 산 메아리 키워간다.
봄이 오면 예쁜 새싹들. 부드럽고 맑은 꽃들.
특히 어머님이 살아계실적 꽃들을 무척 좋아하셨다.
세월이 만들어낸 손마디 주름살에 버리지 못한 색들 봄비 소리 들으며 엄마의 옛 모습을 그려보며 자란다.
이번 전시는 연꽃의 순수함과 맑은 향을 표현하고자 꽃잎 한 잎에 수백 번의 붓질로 연꽃을 그려보았다.
까만 밤 여문 별빛을 바라보며 마음 키운 연꽃
지나가는 바람 붙들고 고요함을 여쭌 연꽃
어떻게 붓자국으로 맑은 연꽃을 표현할까
한국무용 25년 버선코 밑에서 호흡이 자라 춤이 되고
백자달항아리 1,300°에서 달빛을 만들어내듯
발디딤 한 발짝 연꽃에 이야기하듯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외딴집 마루에 앉아 먼 산을 보듯
연꽃이 보는 이의 마음에 맑음을 찾았으면 한다.
4월에 봄이 피어나고 마음에 고요가 잠들면 봄비 내려 버선코 같던 봄꽃들이 하얀 심장 떨며 새싹 언덕에 앉는다.
시가 만들어낸 길, 가난한 하얀 길, 눈물로 꽃잎 키운 봄비가 겨울의 색을 지워간다.
먼 산에 움직이는 연둣빛 봄 아지랑이 들녘을 가득 메운다.
4월에도 새싹의 커가는 소리를 들으며 하나 둘 빈 마음에 색을 찾아 빈 마음을 부드럽게 잠재운다.
마지막 남은 봄비 한 방울 또르르 병아리 한 모금 퐁당 우물 채우면 연못가 밤의 향기를 키우는 연꽃처럼 더 깊게
밤을 두드린다.
다음 작업을 생각하니 잠이 설친다.
새로운 길을 향해서 작은 배 하나 봄비에 싣네.
2023년 4월 초
전시를 준비하니 텃밭에서 커가는 봄이 나를 기다린다.
美村 김 영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