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김혜린 개인전 2025. 9. 10 – 9. 16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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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선(Line and Line)  53x46cm  장지, 석채, 분채, 황토      안녕(Hello)  53x46cm  장지 석채, 분채, 황토
                          (Jangji, stone color, powder color, red clay)  2023  (Jangji, stone color, powder color, yellow clay)  2023









           한국 전통 흥과 멋

           작가 김혜린은 한국인의 정서 깊숙한 곳에서 발현되는 ‘흥’과 ‘멋’에서 출발한다. 그는 한복의 부드러운 선이 춤사위처럼 퍼져 나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화면 속에 즐거움과 기쁨, 자유와 연합을 담아낸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은 한국 문화가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얼과 기개, 품격과 풍류다.

           그의 작업에는 언제나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눈에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 오늘과 어제, 기억과 이상향이 한
           자리에 스며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수묵과 진채를 바탕으로 자연 분채와 석채를 겹겹이 쌓으며, 시간의 깊이와 숨결을 화면
           에 담는다. 궁궐의 문과 색색의 기둥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로서 등장하며, 그 위에 얹힌 색과 형태들은 작가가 지향하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의 모형도가 된다. 한지의 결은 무게감 있는 건축적 구조를 부드럽게 완화시키며, 보는 이에게 따뜻하고 아늑한
           온기를 전한다.

           작품 속 모든 요소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조화를 이루며 호흡한다. 열린 궁궐의 문은 관람자를 작품 안으로 초대하고, 단단한 기초석과
           십장생의 상징물들은 그 공간을 지탱한다. 나에게 이 풍경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안식, 평화, 안전의 형상이다. “궁궐의
           문을 통과할 때 느껴지는 자유로움과 그 안에서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내적 평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색채는 작가의 또 다른 언어다. 흰색은 빛의 확장과 보호를, 남색은 고요와 지혜를, 초록은 생명과 꿈을, 빨강은 열정과 에너지를,
           금색은 부와 귀함을 상징한다. 이 색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어우러지며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기초석에는 성경 『요한계
           시록』 속 보석 이미지를 차용하여, 영원한 생명과 빛, 그리고 진정한 왕의 문을 향한 갈망을 담아냈다.

           “나의 그림이 단순히 시각적 오브제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제 작업이 누군가의 마음에 평화와 기쁨을 퍼뜨리고, 그 안에서
           참된 자유를 찾도록 안내하는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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