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김남인 개인전 2025. 9. 10 – 9. 16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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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비평문 (Curatorial Essay)
김남민의 화폭 앞에 서면, 우리는 사막의 바람과 지중해의 파도, 올리브 숲의 숨결이 함께 들려오는 듯하다. 《붉
은 흙의 기도》는 불타는 붉은 사막을 단순한 풍경으로 남기지 않고, 생명의 에너지가 요동치는 기도의 공간으
로 승화시킨다. 《올리브 숲》의 초록빛은 메마른 땅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은총을 보여주며, 《찬양하는
은혜의 바다》는 아쿠아빛의 노래로 관람자를 부드럽게 감싼다. 그의 작품 속에서 자연은 더 이상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신적 현존과 만나는 거룩한 장(場)이 된다.
그림 속 인물들은 먼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별처럼 많은 후손의 언약을 상기시키
고, 엘리야는 작은 구름을 기다리는 간절한 기도의 형상으로 다가온다. 모세는 소명과 순종의 자리에서, 야곱과
에서는 여전히 오늘의 우리에게 우선순위를 묻는다. 이처럼 성경적 인물과 북아프리카의 풍경이 교차하는 지점
에서 작가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묵상의 깊이를 획득한다.
이러한 서정성은 비평적 분석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김남민의 작업은 체험–묵상–형상화라는 세 단계의 과정
을 거쳐 형성된다. 자연의 직접적 체험은 작가의 영적 묵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화폭 위에서 상징적 형상으로 변
환된다. 색채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신학적 의미를 담는 도구로 작동한다. 붉은 색은 기도와 생명의 에너
지를, 초록은 인내와 축복을, 아쿠아는 은혜와 찬양을, 코발트는 인생에게 다가온 고난과 시련조차도 그분의 은
총가운데 극복됨을 상징한다.
또한 올리브 연작은 그의 작업세계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올리브는 경제적 작물에서 종교적 의례, 그리고 신
학적 상징으로 다층적 의미를 획득하며, 《겟세마네 동산기도》에서는 고통의 압착과 구속의 결단을, 《그분의 승
리》에서는 부활과 환희의 월계관으로 확장된다. 이는 곧 김남민의 작업이 자연–신앙–인간의 관계를 독창적으
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그의 회화는 관람자에게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는 참여적 경험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의 작품 앞에서 단순
한 눈의 관찰자가 아니라, 함께 묵상하며 응답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 점에서 김남민의 작업은 오늘의 미술계 속
에서 보기 드문, 시적 서정성과 신학적 사유가 공존하는 회화적 언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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