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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 1 Interesting Houses

그가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1980년대는 1920~30년대에 국내에 유입된 모더니즘 건
축이 한창 전성기를 맞고 있던 시기였다. 동시에 소위 전통 논쟁이 활발한 시기이기도 했다. 당
시 대부분의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전통의 재해석 없이 한옥의 원형을 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
며 과거를 모방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했다. 창작에는 복제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었다. 그러나 황두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나는 한옥과 한국의 전통 주거 건축이 다르다고 봐요.
사실 한옥이란 단어가 생긴 것이 100년 남짓 밖에 안 되었거든요. 한옥은 서양 문물이 우리나라
에 들어올 때 소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즉 자생적인 건축을 가리키기 위해 생긴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한옥은 전통 건축이 서구 문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겼던 개념이지요. 근대성의 씨앗
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한옥 자체를 전통 건축과 다른 것으로 보고자 해요.”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 양식은 1900년대 초 도시 근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구조가 변형됐다. 이전
에는 없던 지하실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서구 문명과 경쟁하며 변형된 새로운 한옥들을

주목한다. ‘훌륭한’ 고전적인 전통 가옥에 밀려 방치된 채 그
맥이 끊어졌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물론 학인당, 민가다
헌 등 문헌적인 사료로서 당당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들
도 있어요. 그렇지만 대부분 얼치기 집으로 치부되어 왔죠.
하지만 분명 자생적인 한국적 근대 건축의 씨앗을 품고 있
는 한국형 현대 건축인 한옥이 전국 곳곳에 굉장히 많습니
다. 전 그렇게 끊겨 있던 한옥의 맥락을 창조적으로 이어갔
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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