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메타코칭 공토 2024-07 베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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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코칭 인지훈련 베이직 2024-07
- 문단 별 중요한 핵심구절에 밑줄치고 요약해 보세요.
메타분석력 - 논리적인 흐름을 연결하고 전체적인 주제를 파악해 보세요.
증기 기관차 미카 (1)
시내 한 골목에서 다리를 못쓰는 청년이 목발을 담벼락에 기대어 놓은 채 작은
상자 뚜껑을 앞에 놓고 구걸을 하고 있었다. 힘든 몸을 콘크리트 담벽에 기대고
비스듬히 앉았는데 하체가 거의 마비된 듯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백원 짜리
동전만 꽤 담긴 상자에 천 원을 가만히 놓고 일어서니 백원 짜리 동전 아홉 개를
거스름돈처럼 건네주었다. 이런 일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귀중한
무언가를 간직하고 사시는 분 같아 그 청년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조금 주저하다가 자기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날품팔이를 하는
아버지는 자기가 어떻게 할 길이 없자 살던 집에 그를 버리고 떠났다는 얘기를 했다. 그
후로 모진 고생을 하며 자랐지만 자기를 버린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봉천동 월세방에서 산다는 그는 전세방 얻을 형편만 되면 자기처럼 동냥을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일하기가 싫어서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몸이 심한 불구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구걸하는 것은 구걸이 아니다. 그런 분에 대해 아무 배려도 안 해 놓고도
미안해 할 줄 조차 모르는, 양심이 마비되고 몸뚱이만 멀쩡한 우리들에 대한 무언의
항변처럼 그는 거기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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