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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코칭 인지훈련 챌린지 해설지
- 바른 자세로 몰입하여 읽는다.
메타기억력 - 중심 단어 5개를 적고 내용을 줄거리로 만들어 본다.
혼불
나는 ‘혼불’을 쓸 때, 저무는 동짓날 눈 내릴 듯 흐린 날씨의 적막함을 그리고자 문을 열고
공기를 사흘 동안이나 노려본 적이 있었다. 첫날은 버슬버슬 먼지같이 나와서는 겉돌던 창문 바깥
허공이, 둘째 날은 차분히 가라 앉더니, 드디어 셋째 날 공기의 속갈피 속에서 정령 같은 푸른빛이
저절로 돋아나 이내처럼 일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 공기의 혼은 나의 정수리로 밀밀하게
흘러들어와 감기었다.
나는 인간과 자연과 우주와 사물의 본질에 숨어 있는 넋의 비밀들이 늘 그리웠다. 그리고 이
비밀들이 서로 필연적인 관계로 작용하며 어우러지는 현상을 언어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하여
섬세하게 복원해 보고 싶었다. 이 중에서도 나는 무엇보다 ‘느낌’을 복원해 보고 싶었다. 느낌이란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것이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느낌이야말로 우리 혼의 가장 미묘한
부분을 아름답고 그윽하게, 혹은 절실하고 강렬하게 수놓은 무늬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모든
방면의 자료는 도서관이나 민속 박물관에 가면 얼마든지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자료와 사물들을 어떻게 정서화하고 감각화해서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로 생생하게 느끼며
만날 수 있게 하느냐에 있는 것이다.
대실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대숲에서 일고 있는 바람에 귀가 젖어, 그 소리만으로도
날씨를 분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와 몸짓까지라도
얼마든지 눈치챌 수 있기도 하였다.
그저 저희끼리 손을 비비며 놀고 있는 자잘하고 맑은 소리, 강 건너 강골 이씨네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 쪽 대실로 마실 나온 바람이 잠시 머무르는 소리, 어디 먼 타지에서 불어 와 그대로
지나가는 낯선 소리, 그러다가도 허리가 휘어질 만큼 성이 나서 잎사귀 낱낱의 푸른 날을 번뜩이며
몸을 솟구치는 소리, 그런가 하면 아무 뜻 없이 심심하여 제 이파리나 흔들어 보는 소리, 그리고
달도 없는 깊은 밤 제 몸 속의 적막을 퉁소삼아 불어 내는 한숨 소리, 그 소리에 섞여 별의 무리가
우수수 대밭에 떨어지는 소리라도 얼마든지 들어 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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