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매거진 휙 N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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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정려성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유년의 추억 속에 부르던 노래가
나이가 꽤나 들었어도 가끔씩은
내 귓가에 조용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잃어버린 그 수많은 세월들,
흘러가버린 강물 같은 날들 속에서도
순수의 눈보라가 가슴에 쌓이고
저만큼 앞장서 걸어가던 가로수길,
신작로 위에 긴 그림자가 깔리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건넛마을 큰댁으로 세배를 가던
하얀 두루마기의 행렬들과
투박한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가던
성묫길의 쌀쌀한 바람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은 서울의 한복판 강남에 살고 있으면서도
엊그제 같은 설날의 그런저런 얘기가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들려오는 것 같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느릿느릿 지나가는 얼굴들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