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숙명작가 e-작품집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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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
어쩌면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작은 것들은 작지 않았다. 사소한 것들은 언제부터 인가
사소하지 않았고, 하찮은 것들은 결코 하찮지 않았다. 그것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의미심장한 무엇으로 자라나 있었
다. 발효‧숙성‧진화되어 있었다. 허물 벗기를 몇 번이나 거듭해가며 다른 어떤 무엇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시간이 그
것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풍뎅이, Oil on canvas 31.8cm X 40.9cm 2018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란 말이 있다. 베이징 하늘에서 파닥인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
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이다. 내 안에 허리케인을 일으킨 유년의 기억이 누군가에게 나비의 작은
날갯짓으로 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 바람이 없겠다.